GC녹십자가 미국에 출시한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경쟁제품과 비교해 적응증(치료범위), 제형 등이 제한적이지만 미국 혈액제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GC녹십자는 최근 충북 오창공장에서 미국으로 가는 알리글로 초도물량을 출하했다. 알리글로는 현지 유통업체를 거쳐 전문약국에 전달돼 이달부터 처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정맥에 투여하는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로 선천적으로 면역체계의 결함이 생긴 일차 면역결핍증(PID) 치료에 사용된다.
GC녹십자는 현재 다수의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알리글로 보험 등재계약을 논의하는 등 미국 시장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알리글로를 통해 올해에만 5000만달러(690억원)의 매출액을 거두고 이후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을 거둔다는 게 회사 측의 목표다.
다만 극복해야할 과제는 있다. 알리글로는 FDA로부터 17세 이상 일차 면역결핍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만 허가를 받았다. 소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임상면역학저널 등에 따르면 일차 면역결핍증 환자 중 소아환자는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와 달리 다케다제약의 '감마가드 리퀴드', CSL베링의 '프리비젠', ADMA바이오로직스의 '비비감' 등 경쟁사의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는 모두 성인과 소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GC녹십자도 알리글로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소아 대상 임상 3상 시험에 착수했으나 진행이 더딘 편이다. 지난 2020년 시작한 임상시험은 일정이 지연되면서 처음 목표로 한 지난해 11월을 넘겨 오는 2026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알리글로는 경쟁사와 비교해 제형이 정맥주사제뿐이라는 한계도 있다. 다케다제약, 그리폴스 등은 환자의 상황에 맞춰 복부나 허벅지 등에 투여하는 피하주사제형의 면역글로불린 10% 제제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피하주사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혈중 면역글로불린 농도를 정맥주사제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정맥주사제에서 주로 발생하는 전신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GC녹십자는 아직 국내외에서 피하주사제형의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개발한 적이 없다.
원료 경쟁력 측면에서도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다. 알리글로는 FDA에서 허가를 받은 기증소에서 얻은 혈장만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FDA 허가 기증소는 독일, 캐나다 등에 위치한 4곳을 제외하고 모두 미국에 있다.
경쟁사들은 현재 자체 기증소를 미국에서 운영하면서 고품질의 혈장을 안정적으로 수집하고 원가도 절감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에 진입한 미국계 제약사 ADMA바이오로직스도 현지에 혈장 기증소 10곳을 운영하고 있다.
CSL베링은 자체 기증소를 통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혈장을 확보한 가운데 수집비용을 전년대비 14% 줄인 바 있다. CSL베링은 원활한 원료수급을 통해 제품 생산량을 늘렸고 작년 면역글로불린 10% 제제인 프리비젠의 판매량이 전년대비 29% 늘어났다.
시장 경쟁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GC녹십자가 목표치 달성을 낙관하는 이유는 가파른 시장성장에 있다.
올해 1월부터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어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제제와 이를 가정에서 투여할 때 필요한 소모품과 간호 서비스를 모두 급여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진단기술 발전으로 환자 수가 늘면서 미국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은 2024년 66억5000만달러(9조2000억원)에서 연평균 7.7% 성장해 2030년 103억9000만달러(14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대형 PBM 5곳과 추가 계약을 맺어 미국 사보험 가입자의 약 80%를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계획"이라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최근 연평균 100%의 성장을 거둔 경쟁사 ADMA바이오로직스의 사례를 볼 때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