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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인하→담뱃세 인상'의 불편한 진실

  • 2014.09.17(수) 09:20

취득세 인하가 불지핀 세수부족 논란 '꼼수증세'로 연결

정부가 이른바 '복지 증세'에 나서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정부는 향후 2년에 걸쳐 주민세를 2배 이상 올리고, 영업용 차량의 자동차세를 2017년까지 100%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 관련 법안을 지난 15일 입법예고했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든 명분과 함께 제시된 담뱃값 인상도 '우회 증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정부가 이처럼 세수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주택시장 띄우기'와 연결돼 있다. 고질적인 지방재정 악화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은 바로 작년 정부가 주택 취득세를 영구인하하기로 한 때부터다.

 

작년 6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일몰제로 시행하던 취득세 감면에 대해 "바겐세일하듯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취득세 영구인하' 카드를 꺼냈다.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를 낮춰 주택 수요를 늘리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지방 재정 업무를 다루는 주무부처와 각 지자체에서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당시 안전행정부는 "취득세 인하 조치는 지방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감면 조치를 시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결국 정부는 부처간 잡음 속에서도 작년 8월부터 9억원 이하 1주택 2%, 9억원 초과·다주택자 4%인 취득세율을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 3%로 낮췄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연간 2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지방 재정 악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지방소비세율을 종전 5%에서 11%로 올리기로 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지방세 개편과 담뱃세 인상을 들고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집을 사는 이들이 내야했던 세금(취득세)을 일반 국민(주민세)과 흡연자(담뱃세)가 대신 내게 된 것이다. 흡연자들 가운데는 집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비율이 높다. 2002년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계층의 흡연율(남성)은 53.2%인 반면 300만원을 초과하는 계층의 흡연율은 45.7%에 불과했다.

 

주택경기를 띄우기 위해 유주택자에게 과세 혜택을 준 것이 결국 무주택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만회하려면 (인하된 취득세율을 적용 받아) 집을 사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등장했지만 서민들의 내집 마련 자금은 세금으로 자꾸 빠져나가는 게 요샛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다.

 

▲ 애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담뱃값 인상 저지를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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