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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100년' 돈의문마을을 아시나요

  • 2019.06.21(금) 09:04

[페북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OST '혜화동'이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27번지엔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있다.

2003년 '돈의문 뉴타운' 선정 후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근린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마을 소유권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종로구가 대립하면서

한때는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유령마을로 불리기도 했다.

2015년 마을의 역사성을 인정해

원형을 보존하는 쪽으로

큰 방향을 틀긴 했지만

이미 상당부분 철거가 이뤄졌고

강제 철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이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아픈 역사 속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서울형 도시재생 방식을 선택해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돈의문 지역 역사와 재생을 소개하는

16개 마을전시관과 9개 체험교육관

9개 마을창작소가 들어서있다.

6080세대의 추억이 살아 있는

아날로그 감성 공간을 비롯해

100년의 시간이 쌓인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마을로 재탄생했다.

40대 이상이면 전자오락실

추억 하나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그시절 추억 소환 아케이드 게임

베스트5도 준비되어 있다.

갤러그와 너구리 버블버블

그리고 테트리스와 팩맨까지

아날로그 감성의 게임을

자녀들과 체험해볼 수 있다.

새문안극장은 1960~80년대

영화관을 재해석한 공간이다.

1층은 예전 영화필름을 전시하고

2층에선 그시절 영화나 만화를

무료로 감상해볼 수도 있다.

그시절 영화 관람료는 얼마였을까.

성인 600원, 군경 400원, 학생 300원

지금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만화방에선 우리가 자란 시대의

만화 주인공들도 만나볼 수 있다.

1950년대 출간돼 한국전쟁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진

이들에게 힘과 즐거움을 준

'코주부 삼국지'를 비롯해

1960년대 '약동이와 영팔이'

1970년대 '꺼벙이'

1980년대 '달려라 하니'

1990년대 '영심이'까지.

서대문사진관은 근대 사교장과

1980년대 결혼식장 콘셉트로

조성한 예스러운 사진관이다.

이곳은 20~30대 커플들이

부모님 세대 결혼풍경을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뉴트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부모님들은 그시절을 떠올리며

다시금 추억에 빠질 수 있다.

'응답하라 6080, 그시절 우리집'은

당시 생활사를 담은 전시관이다.

옛날 부엌과 거실, 학생 방 등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가 살던 그시절 모습을 재현했다.

부뚜막과 자개장, 어린이 좌식책상 등

그 당시 소품들을 접하면서

추억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

최근 한국 청소년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36년 전 멕시코 4강 신화라는

뜨거웠던 기억도 소환할 수 있다.

흑백 티브이조차 흔하지 않던 시절

청소년 월드컵을 보기 위해

티브이가 있는 집에 옹기종기 모여

한마음으로 응원했던 그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안에는

예술 창작자를 위한 작업공간도 있다.

목공소 한쪽 사무실에서는

엄태신 작가가 일러스트 작업 중이다.

"입주 공모를 통해

역사와 문화공간 운영파트너로

모두 9개 단체를 선정했는데

제가 속해 있는 시각예술단체인

내내로(NNR)도 그중 하나로 꼽혔죠.

내내로는 효과적인 공간 활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요.

최근엔 버려진 가구의 목재를 활용해

새로운 가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시민들 반응이 좋아요."

전통 한옥에서는 다양한 테마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한지공예와 서예 자수공예부터

음악예술과 닥종이공방, 미술체험 등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어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공간이다.

목영덕 글방선생님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쳐주고 있다.

"예전에는 서예를 한다고 하면

먹물도 만들어야 하고

여기저기 묻을 수도 있어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이젠 새로운 종이가 나와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이 종이가 특허제품인데

그냥 붓에 물을 적셔 그위에 쓰면

먹물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붓글씨 연습을 할 수 있어요.

물이 마르면 글씨가 사라져요.

계속 재생할 수 있는 종이죠.

부모님도 자녀들도 재미있어 해요."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 찾아오면

점 하나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악성댓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까.

사람 입은 두 개의 활 모양이

합쳐져 있어 쌍궁이라고도 했어요.

활의 상처는 약으로 치료되지만

입으로 받은 상처는 평생 갑니다.

말은 기록입니다.

그래서 점 하나를 찍더라도

바른 마음으로 찍어야 합니다.

지금도 넘쳐나는 막말이

분열로 이어지곤 하잖아요.

말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제가 83살인데 인생 선배로서

그동안 살아온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서예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면서

우리 사회 정화를 위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는 게

큰 보람입니다."

 

해질녘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다보면

이집저집에서 밥 짓는 냄새가

골목길 가득가득 퍼진다.

한집에서 '얼른 들어와 밥먹어'

엄마의 고함소리가 들리면

메아리처럼 이집저집으로 퍼진다.

친구들과 헤어짐이 아쉬워

밥 먹으란 엄마의 고함이

욕으로 바뀔 즈음에야 집으로 향하던

그 추억의 어린시절

과거가 있는 그곳에서

올해 여름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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