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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시대 파급력은

  • 2018.07.31(화) 17:47

특별한 경우 경영참여 가능, 직접행사는 극히 드물 듯
운용사에 의결권 위임해도 국민연금 영향력 계속될 듯
배당관련 주주권·주주대표소송은 경영참여 해당안돼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는 지난 2016년 국내 도입됐지만 이번 국민연금의 도입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웬만한 국내 기업들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코드 도입으로 본격적인 책임투자 길이 열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연금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전반적으로 정부 원안대로 통과가 됐지만 적용 범위가 축소되거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한계가 보이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원안보다 확대됐지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의결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포함 여부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는 임원의 선임·해임, 정관변경, 회사 배당금 결정 등을 회사나 임원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 행사만 도입하는 것과 제2안은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까지 도입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26일 제5차 운용위원회 당시 시민단체와 노동자 대표는 제2안을 경영자 대표는 제1안을 고수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30일 통과된 스튜어드십코드는 원칙적으로는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배제하는 제1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내용은 조금 달라졌다. 기존 안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배제하되 추후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반면 새로 통과된 안은 원칙적으로는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배제하지만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특별한 경우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존 1안보다 더 나아간 내용이다. 당장이라도 상황이 심각한 경우 운용위원회 의결을 받아 개별기업에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위원회의 1차 목적은 기금 수익성"이라며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반환하면서까지 경영참여를 하게 되면 이는 매우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장관은 "경영참여 범위를 제한해서 임원을 선발하거나 6개월 이내 수익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 등이 갖춰져 자본시장법 5·10%룰이 완화돼야 적극적 경영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영참여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 관심

제한적 경영참여 주주권행사가 가능해졌지만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 행사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서 기금운용위원회는 단계적으로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 행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배당관련 기업과의 대화 등 주로 소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 왔다.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지침,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지침에 따라 기금의 수익성 및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반대비율은 10~12%다. 대부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당관련 주주활동에서는 기업과의 대화, 중점관리기업 선정 등을 통해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을 유도해 왔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 경영진과 면담을 하는 등 비공개 대화를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물컵갑질로 논란을 빚은 대한항공에 비공개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주주권 행사 범위를 더욱 확대해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30일 통과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배당정책 수립요구가 더욱 강화된다.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을 매년 8~10개(현재 4~5개)로 확대하고 직접 주주제안권 행사도 가능해진다. 주주가 기업 경영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주대표소송도 시행한다. 국민연금은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시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특례를 받고 있으며, 주주대표소송은 피해구제 목적이어서 현행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또 내년에는 횡령·배임·부당행위지원·경영진일가 사익편취행위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정하고 문제가 되는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추진한다. 만약 비공개 대화 이후에도 개선여지가 없을 경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의결을 거쳐 즉각 기업명 공개, 공개서한 발송, 의결권행사 연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오는 2020년에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도 진행한다. 기업 측에서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경우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의결권 위임 대상 범위는 기존보다 축소

국민연금은 주식운용의 54%를 직접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46%는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겼지만 개별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국민연금이 직접 하고 있다. 이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서 논의된 것은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의결권까지 운용사에 위임할 것인지 여부였다.

30일 통과된 스튜어드십코드에는 국민연금이 운용사에 위탁한 46%에 대한 의결권을 운용사에 위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의결권 위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결권 위임 시에는 이해상충 문제를 감안해 의결권 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만약 위탁운용사 의결권 행사가 국민연금 수익 제고에 반할 경우 의결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위탁운용사 의결권 권한 전부를 위임하는 것은 아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한 주요 사안만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안보다 범위가 축소된 것이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위임 범위의 축소는 지난 회의에서 갑자기

수정된 안이라 기준까지 정하지는 못했다"며 "추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의결권 위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이해상충 문제다. 위탁운용사와 투자대상기업이 계열관계이거나 자금을 받는 등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의결권 행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찬진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위탁운용사 대부분이 재벌과 연계된 상황에서 의결권을 넘겨주면 재벌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운용사를 중심으로 코드 준수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는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하고 만약 위탁운용사의 의결권행사가 국민연금 수익 제고에 반할 경우 의결권을 회수하도록 했다.

◇ 주총의결권 사전공시·위탁운용사 가점부여 파급력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해도 그 영향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사유를 사전에 공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에 한해 사전 공시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안에 대한 기준 역시 추후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결권행사 내역 사전공시가 추진되면 의결권을 위임받은 위탁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위탁운용사에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도 함께 시행되면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국민연금과 동일한 운용 철학을 가진 위탁운용사에게 가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연금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면 당연히 해당 위탁운용사에 대한 평가 점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자산을 운용사에 재위탁하는 만큼 스튜어드십코드를 충실히 이행하는 운용사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충실히 이행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의결권 위임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진행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 개정과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이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내년 정기주총에서 의결권 위임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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