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겠다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아직 계약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어요. 집주인들이 집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술래잡기'라도 하듯이 1000만, 2000만원씩 가격을 높이고 있어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W부동산)
정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완화가 시행되면서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뚜렸해졌다.
가격 상승 기대감에 수요자들의 관심은 커진 반면 물건을 내놨던 집주인들은 가격을 올리기 위해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특히 투자수요가 많아 정책에 민감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나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은 중저가 매물 밀집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이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 이명근 기자 qwe123@ |
◇ 반포·개포 재건축 "돌아서면 호가 상승"
지난 5일 오후 찾아간 서초구 반포동 잠원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휴가철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둘러본 중개업소 5곳 중 3곳엔 거래 상담을 위해 찾아온 손님이 앉아 있었고, 취재를 위해 들어간 한 업소에서는 문의전화가 15분에 1통 꼴로 이어졌다.
반포동 C공인 관계자는 "반포동 잠원동 일대는 투자자뿐 아니라 고소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크다보니 최근 규제완화 이슈에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LTV, DTI 규제완화 이야기가 나온 뒤 문의전화가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나 여름휴가도 아예 미뤘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잠원동 신반포한신10차 전용 56.2㎡는 지난 7월 5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5억8000만원에 나온 게 가장 싼 매물이다.
C공인 관계자는 "요즘에는 아예 계약금을 들고 와서 바로 계약을 치르겠다는 사람도 있다"며 "올 초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었는데 최근들어 상승폭이 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역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6월 초 5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이 단지 전용 35.64㎡는 현재 6억원이고, 49.58㎡는 최저가가 8억3000만원 수준으로 평균 2000만원 가량 올랐다.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자 싼 물건이 나오길 기다리던 매수 대기자들이 조급해진 모습"이라며 "집주인들도 집값이 더 뛸 것을 기대해 최소 1000만원 이상 호가를 높이거나 아예 물량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 거래 물꼬가 트이면 지금보다 호가 상승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관악 동작 등 중소형 단지 '전세→매매수요' 확산
서울 관악구, 동작구 등 교통여건이 좋은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 단지도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80%까지 차오른 상황이다보니 집값이 오르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이들이 분주하게 매수문의를 하고 있다.
며칠 전 관악구 봉천동 봉천동아 전용 84.9㎡ 아파트를 4억100만원에 계약한 직장인 이 모(34세)씨는 "2년마다 전세계약을 갱신하거나 이사를 가야하는 것이 불편했고 전셋값도 더 오를 것 같아 불안해서 집을 샀다"고 말했다.
봉천동 인근 F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찾던 사람들이 매매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지난달부터 늘어나고 있다"며 "전셋값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 매매 전환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동작구 역시 실입주 매물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 8월 첫 주 부동산114 조사에서 동작구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0.08%로 서울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신대방동의 보라매롯데낙천대, 보라매파크빌 등이 한 주 사이 1000만~2500만원씩 올랐다.
평촌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도 매기가 살아나고 있다. 평촌역 인근 Y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완화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중소형 주택 물건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가격 상승 기대감에 전세는 물론 매매 물량도 없어 집을 사려면 빠른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시세판을 한 시민이 고개를 돌려 보고 있다. / 이명근 기자 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