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서간 것일까'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에서부터 최근 북미정상회담까지 한껏 고조됐던 기업들의 기대감은 한풀 꺾인 분위기다. 엄밀히 얘기하면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냉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수도 있다.
북한의 문이 열리면 건설사 등 인프라와 관련한 사업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분명하다. 건설사들이 앞다둬 테스크포스 등 관련 조직을 만든 이유다. 하지만 여기까지 가는 데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란의 사례를 볼 때 UN(국제연합) 안보리의 다자간 합의 이후 실질적 제재 해제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대북제재와 관련없는 남한내 사업을 먼저 시작하자는 얘기들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어느 정도 북한과 미국간 핵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와야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 건설사 기대감 커진 철도연결과 개성공단
판문점 선언 이후 관심이 커진 경제협력 분야는 철도연결과 개성공단이다. 특히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개성공단 확장이 판문점 선언에 포함되며 이와 관련한 건설사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SK증권은 중국횡단철도와 연결하는 경의선의 경우 사업비 7조8000억원, 시베리아철도와 연결하는 동해선 14조8000억원, 개성공단 확장(2, 3단계 사업 합산)에 6조3000원의 사업비가 추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세 사업의 사업비만 30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건설시장의 토목 규모가 지난 12년 평균 34조7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해 대략 1년치 국내 토목 수주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잔여부지가 총면적의 95%에 달할 정도로 추가 개발여력이 높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관심이 쏠리는 사업이다. 개성공단 총 면적은 2000만평(66㎢)으로 이중 100만명인 5%만 개발된 상태다. 이 1단계 사업은 개성공단 개발권을 가진 현대아산과 LH가 진행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 애널리스트는 "향후 추가 공단지역과 확장도시를 통해 주거지 및 배후도시 등을 추가로 건설할 것이 기대된다"며 "이 과정에서 건설산업 전반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핵심
다만 이들 사업을 위해선 대북제재 해제라는 큰 산이 놓여 있다. 경협에 직적접으로 관련있는 철도업계나 건설사는 물론이고 국토교통부조차 경협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존 경제 제재는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비핵화를 이행했을때 해제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했다.
대북제재는 UN안보리 제재는 물론이고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유엔 안보리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2017년 통과된 '적성국(북한 이란 러시아) 경제 제재 법안', '대북 독자제재 행정명령 13810'이 적용되면 북한과의 본격적인 사업재개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북한과 사업을 진행하는 모든 기업과 개인의 미국내 금융거래 금지, 재산몰수 조치가 이행되고 북한 노동자가 생산한 물품의 미국수입이 금지된다. 이런 경제제재 해제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 이후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 남한내 사업 먼저 시작할까?
철도·도로 사업, 개성공단 모두 이런한 제재가 풀려야만 가능하다. 현재 남북간 연결 가능한 철도 라인은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금강산선 등 4개 노선이다.
이들 노선 가운데 남측 구간의 복원은 경제 제재와 관계없이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 판문점 선언에선 빠졌지만 경원선이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복원해야 할 구간이 철원 백마고지에서 북한 평강까지 26.5㎞로 짧다. 남측 구간(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11.7㎞))의 경우 사업이 중단되긴 했지만 시공사 선정, 토지매입까지 완료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과 관련 지자체에서도 연내에 사업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한 고위관계자는 "남한쪽 철도사업은 제재와 관계없이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남측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진행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한) 좀더 확실한 신호가 있어야 진행을 할지, 아니면 일단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할지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