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비사업 규제완화 방안을 내놨는데요. 이른바 오세훈표 첫 주택공급은 '재개발 활성화'였습니다.
그동안 오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취임 후 일주일 안으로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이 때문에 오 시장 취임 이후 강남 압구정을 비롯한 목동 여의도 상계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었습니다. 이 기대감은 오 시장이 투기 수요 차단을 이유로 이들 지역(상계 제외)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뒤에도 꺾이질 않고 있는데요.
이같은 기대를 뒤로 하고 오 시장이 첫 규제완화로 '재개발'을 지목한 것에 대해 시장 일각에선 실망감과 함께 당연한 조치라는 여러 시각이 교차하는데요.
오 시장의 이같은 선택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현재 오 시장이 큰 힘(?)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재개발 규제완화이기 때문이겠죠.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나 구역지정 기준, 층수규제 등은 모두 서울시 조례 등을 통해 서울시에서 개정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반면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겹겹이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안들이 국토부 소관의 법률 개정 사안이어서 오 시장 권한 밖의 일이고요.
재건축의 사업성을 떨어뜨려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는 각각 주택법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습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역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해당하는 사안이고요.
취임 초부터 누차 언급됐듯이 어차피 오 시장이 당장에 할 수 없는 일이란 겁니다.
게다가 시장 상황도 재건축을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죠. 한동안 잠잠했던 집값은 오 시장 취임을 전후로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천정부지입니다. 인근 아파트 단지로까지 불씨가 옮겨가는 모습이고요.
섣불리 재건축을 건드렸다가 '집값만 올렸다'는 '덤터기'를 쓸수 있습니다. 오 시장이 부랴부랴 '투기수요'를 언급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꺼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테고요.
오 시장도 26일 재건축 활성화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계속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모양새여서 어떡하든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막아야 한다"면서 "(재건축의)일부 완급조절은 있을 수 있고 선후 순위에서 조금 뒤바뀔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일전에 재건축 속도조절을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입니다.
재건축이 후순위로 밀리는데는 주택공급 확대 '가성비' 측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공급 확대 측면에서 재개발이 더 효율적"이라며 "멸실주택수를 제외하고 실제 증가하는 주택물량을 보더라도 현재로선 재건축보다 재개발이 더욱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주거환경 측면에서 재건축은 재개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환경이란 점도 무시못할 테고요.
다만 1년 남짓 임기의 오 시장 입장에선 언제까지 후순위로 미뤄둘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내년 선거도 준비해야 하니까요.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국토부와 추가적인 부동산안정화대책 마련중"이라며 "대책이 마련된 후에 전체적인 재건축 로드맵과 물량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