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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상승 후폭풍…둔촌주공 처럼 공사 멈출라

  • 2022.04.21(목) 16:22

철근·콘크리트업계 '공사비 인상' 요구
공사중단·분양가인상?…주택 공급 악영향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건설 하도급 업체들은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건설사들은 이미 계약한 비용을 무작정 올려주기는 어렵다며 당혹해하고 있다.

자재값 인상은 공사 중단뿐만 아니라 향후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주택 공급 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역시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이 사상초유의 공사 중단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철근·콘크리트 연합 '셧다운' 경고…갈등 확산 우려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 20일 광주시청 앞에서 무기한 파업을 결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연합회 소속 업체는 52개로 이날 하루 200개 현장에서 작업을 중단했다.

연합회 측은 철물과 각재, 합판 등 건설 핵심 자재가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폭등한 만큼 건설사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분 등을 반영해 기존 계약 금액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일부 건설사들이 협상에 나서 물가변동에 따른 임금 상승 요인 등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21일 현장에 복귀했다.

앞서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 연합회 역시 공사비를 인상해 달라며 셧다운을 예고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8일 현대건설이 협상 과정에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건설사들은 자재값 인상에 따른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이미 계약한 금액을 무작정 올릴 수는 없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연합회 측이 원하는 것처럼 공사비를 무작정 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철근·콘크리트연합회뿐만 아니라 토공이나 창호 등 다른 전문건설업계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제 최근 건설 자재 가격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C&E는 지난 15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1톤 당 7만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8000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5.1% 올린데 이어 8개월 만에 또다시 인상에 나선 셈이다.

또 시멘트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의 경우 가격이 지난해보다 256%가 급등했고, 고철(철 스크랩) 가격 역시 빠르게 오르며 하도급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분양 시장에도 악영향…"정부 차원 대책 마련 필요"

자재값 인상은 분양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주택 공급 확대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증가는 결국 분양가 상승과 건설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재개발 정비 사업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심화하는 자재수급 불안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공 공사는 물론 민간 공사도 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도록 하고, 공사가 중단된 경우 공사 기간을 연장토록 하는 등의 지침을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특정 자재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건설 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자재 수급 대란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건설 업체가 신규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등 최악의 사태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 착공이 지연 또는 감소하게 된다면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내수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사의 경우 원자재 수급 문제가 향후 지속될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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