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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서울시도 소용없는 '둔촌주공 사태', 언제쯤?

  • 2022.06.06(월) 06:50

서울시 중재안에도 시공사업단 거부의사
공사중단 53일째, 조합원 부담금 '억'소리
사업비대출 만료까지...'제2의 트리마제'?

'공사중단 53일째.'

둔촌주공 재건축이 '시계 제로' 상태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대치가 길어지자 서울시까지 나서 중재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통하지 않으며 사태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오는 7일 타워크레인 철수, 8월 조합원 사업비 대출 만기 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이 '억'대의 분담금을 내게 생겼다. 최악의 경우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조합원들의 입주권을 빼앗긴 '트리마제'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서울시까지 나섰지만…'협상 불발'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업단(현대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이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중재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를 1만2032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으로 현재 공정률이 52%에 달한다. 당초 올해 5월 일반분양(4785가구)을 할 예정이었으나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으로 무기한 연기 상태다.  

갈등의 핵심은 공사비 증액계약과 마감재 변경 등이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시공단은 지난 4월15일 공사를 중단했고, 6월7일 타워크레인 철거를 계획 중이다. 

공사 중단이 길어지자 서울시까지 나섰다. 시는 지난달 27일 조합과 시공단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30일엔 중재안을 마련해 양측에 전달했다. 시가 직접 중재안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중재안에서 △'2020년 6월25일 변경계약'의 유·무효에 대해 더 논하지 않을 것 △변경계약에 따라 공사비 3조2000억원 대해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 신청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할 것 △마감재 고급화, 도급제 변경 등은 시공사업단과 조합이 협의해 수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조합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중재안의 대부분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시공사업단은 거부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한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 소'를 취소하고, 지난 4월16일 의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취소를 재취소하는 총회를 한 뒤 일반분양 모집공고를 통해 입주일정이 확정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비로소 최소한의 계약적·법적 근거 및 사업재원이 확보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것.

또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마감재 고급화'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중재안에서 제시한 '사업의 전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 등에 위임하라'는 결정에 대해서도 수용하지 않았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2의 트리마제'?

서울시의 중재에도 '공사 재개'가 수포로 돌아가자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6월7일 크레인 철수를 예고한 상태인데, 이렇게 되면 향후 협상에 성공한다고 해도 공사를 재개하는데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가 최근 외부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받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공사중단이 6개월간 지속될 경우 발생하는 추정 손실액은 1조6000억원으로, 이를 조합원 1인당 피해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약 2억7000여만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8월엔 조합 사업비 대출 만기도 돌아온다. 조합은 지난 2017년 시공단에 속한 건설사들의 연대보증을 받아 NH농협은행 등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으로부터 사업비 7000억원을 대출받았다. 만약 대출 연장에 실패해 조합이 사업비를 갚는다면 1인당 1억20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 시장에선 최악의 경우 둔촌주공이 '제2의 트리마제'가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성수동 트리마제는 2006년 성수1지역주택조합이 시행사를 끼고 두산중공업을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설계 변경, 땅값 상승, 분양가상한제, 금융위기 등이 맞물리며 시행사가 부도났다가 정상화된 이후엔 시공사와 조합원 간 추가 분담금 갈등이 생겼다. 갈등 끝에 두산중공업은 사업 부지를 낙찰받을 때 보증 섰던 PF 금액 3600억원을 상환하고 경매에 부쳐진 사업을 인수했고, 그 돈을 갚을 길이 없던 조합원들은 집을 빼앗겼다. 

둔촌주공 역시 조합이 사업비를 갚지 못하면 시공단이 대신 상환하고 조합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고, 대주단은 사업부지를 담보로 대출한 이주비(1조4000억원)를 회수하기 위해 경매 처분에 나설 수도 있다.  

이에 마음이 급해진 조합원들이 조합 집행부 교체 등을 검토하며 방법 찾기에 나선 상태다. 

둔촌주공 정상위 관계자는 "서울시 중재안을 요약하면 선공사 재개 후 나머지 조치는 이후 해결하라는 내용이라 혼란만 커진 것 같아 유감"이라며 "현 조합 집행부가 서울시만 보고 있는데 실행력이 없다면 교체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워크레인 계약 만료가 7월 말이라 타워크레인 해체 지연을 요청해놨고 8월 말 사업비 대출 만기가 오기 전까지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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