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언제 하냐고요?
있는 집도 팔고 싶은 마당에 집들이는 무슨 집들이에요. 형부도 아시잖아요. '영끌'해서 겨우 내 집 마련했더니 집값 뚝 떨어져서 집들이는 커녕 집 생각만 하면 숨이 턱턱 막혀요.
어차피 실수요자인데 좀 떨어지면 어떻냐고요? 대출 이자로 등골이 휘는데 집값이 떨어지니 팔려고 해도 산다는 사람이 없어요. 매일 피가 마른다고요!
끝없이 추락하는 노도강
물론 집 살 때는 좋았죠. 집값이 비쌌지만 계속 오르는 추세였고 서울에서 자가를 마련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으니까요.
그래도 가격이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어요. 특히 저같은 '영끌족'들의 성지로 불리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거의 추락 수준이라 더 속상해요.
설 연휴 직전에 발표(1월 셋째주·16일)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5% 내렸는데요.
도봉은 -0.44%, 노원은 -0.39%, 강북은 -0.37%의 하락률을 기록했어요. 직전 주에 비해선 하락폭이 적어진 거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에 비해 하락폭이 커요.
체감 하락폭은 '낭떠러지' 수준이에요.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0~2021년만 해도 서울 전역의 집값이 오르면서 외곽 지역도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매매가가 10억원 가까이 갔던 거 기억하세요?
그때 집값 보고 형부가 '거품이 껴도 단단히 꼈다'고 혀를 찼었죠. 지금 보니 거품이 맞았어요. 최근 아파트 실거래가가 수억원씩 빠지고 있거든요. 불행하게도 제가 산 아파트가 그래요.
2021년 초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이 아파트(전용 49㎡)를 5억5000만원(4층)에 샀는데요. 같은 해 말엔 7억2200만원(13층)까지 오르더니 지난해 하락하기 시작해 12월엔 4억8750만원(15층)에 팔렸어요.
집값만 떨어졌으면 말을 안 해요. 금리는 또 왜 이렇게 빨리 오르는지. 집 살 때만 해도 기준금리가 0.5%였는데 지금은 자그마치 3.5%예요.
변동형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7%대에 달했고요. 집값은 점점 쪼그라드는데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요!
지금은 팔고 싶어도 못 팔아
그래도 희망이 아주 없는 건 아니예요.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거래가 '실종' 수준이 되자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기 시작했거든요.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고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규제 지역을 전면 해제하는 등 시장 연착륙에 나섰는데요.
특례보금자리론까지 내놨어요.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을 연 4%대 고정금리로 대출(최장 50년)해주는 상품인데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소득도 보지 않기 때문에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다시 매수 수요가 움직일 것이란 기대가 나와요.
주요 규제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자 집값 하락폭도 조금 주춤하고 있는데요.
이런 때에 집을 파는 건 어떻겠냐고요?
가격이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집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금리가 높은 편이라는 평가가 많더라고요.
여전히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0에 가까우면 공급우위 200에 가까우면 수요 우위)는 64.8(9일 기준)로 '공급 우위'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런 때 누가 섣불리 집을 사겠냐고요!
형부가 저한테 집도 있으니 이제 애만 낳으면 되겠다고 하셨죠? 대출 이자 내기도 빠듯한데 애는 어떻게 키워요. 내 집 마련 했다고 발 뻗고 잘 수 있는 건 아니네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