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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공사비에 조합 월급까지 줄인상…'재건축 분담금 어쩌나'

  • 2023.08.04(금) 06:30

분양완판에도 재건축 추가부담금 수천만원
공사비 등 물가 인상에 조합원 불만도 커져

# 내년 입주를 앞둔 재건축 조합원 A씨는 지금이라도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비교적 높은 분양가에도 일반 분양이 '완판' 됐으나 오히려 가구당 추가 분담금은 3600만원 더 늘어서다. 자잿값, 대출 금리, 조합 월급 등이 줄인상된 가운데 이번이 끝이 아닐 거란 생각에 아찔해졌다. 

안양의 새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안양역푸르지오더샵'(진흥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 공포에 휩싸였다. 공사비, 금리 등 다수의 항목이 줄줄이 오른 탓이다.

투입 비용이 늘어날수록 조합원 간 내홍도 불거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이 단지의 사례처럼 갈수록 악화하는 사업 환경에 따라 재건축 추진도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사 중인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사진=조합원 제공

비용 줄인상에 '분담금 수천만원' 추가요~    

안양역푸르지오더샵 조합은 4일 2023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총 11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정기총회 이후 첫 총회인 만큼 2022년도 예산 사용 내역과 2023년도 사업비 예산(안)이 주요 안건인 가운데, 올해 사업비 증가액이 커 조합원들의 부담도 커졌다.  

이 조합의 2023년도 정비사업비 변경안에 따르면 총 사업비는 당초 7772억원(이하 천만원 단위에서 반올림)에서 9058억원으로 1286억원(16.5%) 올랐다. 

항목별 증가액은 공사비가 597억원으로 가장 컸다. 지장물 이설, 지중화 공사 등을 포함한 총 공사비가 5475억원에서 6072억원으로 10.9%(597억원) 증가했다. 

이중 건축 공사비는 5359억원에서 5884억원으로 9.8%(525억원) 늘었다. △철근·레미콘 등 자재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이 104억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따른 인상분 101억원 △PF 연장에 따른 금융비 인상분 46억원 등이다. 

그 다음으로 기타 경비가 57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중 법인세, 소득세 등이 기존 62억원에서 460억원으로 646.1%(398억원) 늘었다. 

기본 이주비 이자도 416억원에서 536억원으로 28.8%(120억원), 사업비 대여금 이자는 53억원에서 100억원으로 88.7%(47억원)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다수의 항목에서 비용이 늘어나면서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도 커졌다. 복수의 조합원에 따르면 이번 사업비 인상으로 인해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3600만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백종범 조합장은 "물가, 자잿값 인상에 따른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있었고 2%대 대출 이자가 5%대로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앞으로 천재지변 급의 물가 인상 등 추가 변화가 생긴다면 변동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양역푸르지오더샵 주요 사업비 항목 증감액./그래픽=비즈워치

 조합 투명성 논란까지...'재건축 어렵네'

조합원들은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이 '성공'한 것에 비해 추가 분담금이 높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안양역푸르지오더샵은 경기 안양시 만안구 진흥아파트 자리에 들어서는 재건축 아파트로 총 2736가구 중 687가구를 지난해 3월 분양해 '완판'했다. 

당시 일반 분양가는 안양 최고가인 3.3㎡(1평)당 2999만원으로 전용 59㎡가 6억9110만~7억5880만원, 84㎡가 9억3970만~9억5190만원에 책정됐다. 

'고분양가'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입지적 강점 등이 작용하며 평균 청약 경쟁률 9대 1, 최고 경쟁률 250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관련기사:[영상]안양러 뭘 망설여! '안양역 푸르지오더샵' 나온다(2022년2월21일) 

이를 통해 약 590억원의 분양 수익이 났지만 오히려 조합원 입장에선 '마이너스'가 되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법인세, 소득세 등이 공사비 다음으로 많이 올라(398억원)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세무사는 "조합의 법인세, 소득세는 주로 분양 수익과 상가 수익에서 매기는 세금"이라며 "법인세 최고 세율이 22%로 약 400억원이 오르려면 1800억원가량 수익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조합 직원들의 월급도 약 10%씩 인상하자 조합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2023년 이 단지 조합장의 월급은 525만원으로 전년(480만원) 대비 9.3%(45만원) 올렸다. 퇴직적립금, 상여금, 식대 등은 별도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2023년도 주택정비사업 조합 상근임직원 표준급여(안)'에 따르면 1000명 이상 사업장의 조합장 월급은 471만원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이 단지의 사례처럼 재건축에 들어가는 투입 비용이 늘어날수록 조합 내홍의 단초가 되면 향후 재건축 사업 추진도 점차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이 잘 돼도 각종 비용 증가로 추가 분담금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렇게 되면 규제가 완화돼도 사업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 추진 수요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가뜩이나 조합 내부적 문제가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물가, 자잿값, 인건비 등 대부분의 비용이 오르니 재건축 사업성 확보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조합이 자체적으로 비용이나 절차 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전문 조합장 제도 등 전문화 시대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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