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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KTX 터널 정차 1시간반"뿐이라지만…그 실상

  • 2026.01.16(금) 19:32

서울→울산 5시간반 소요…3시간 넘게 연착
'잠시 정차' 답답한 문자뿐…노약자 환승 불편
국토부 장관 '안전주문' 직후임에도 또 사고

#지난 15일 오후 6시24분 서울역에서 울산행 KTX에 홀로 탑승한 김모 씨(72). 1시간가량 지났을까 고속으로 달리던 열차가 주춤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명도 깜빡깜빡. 밖은 어두웠습니다. 터널 속이었습니다. 오후 7시53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차량점검으로 잠시 정차중이오니 안전한 객실 내에서 기다려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15일 발생한 KTX 열차 지연과 관련한 안내 문자/사진=독자 제공

"아버지, 울산 잘 도착하셨어요?" 오후 9시쯤 김 씨는 아들의 전화를 받습니다. 당초 열차는 오후 8시32분에 울산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부친의 연락이 없어 소식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때만 해도 철도공사의 설명대로 잠시 정차일 듯했습니다. 부자는 안부만 주고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터널 속에 1시간30분 갇힌 KTX

철도공사 측은 이 사안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열차가 멈춘 장소를 대전역과 옥천역 사이 '식장터널'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승객에게 이런 정보는 안내문자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열차가 서울역을 떠난 지 3시간20분이 지난 9시45분. "대전역에서 다른 열차로 환승할 예정"이라는 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당시 대전역 인근 터널에 갇힌 승객은 575명. "가슴이 답답하다, 허리가 아프다, 안내방송도 잘 안 들린다"는 호소가 이어졌습니다. 승무원들은 빵과 생수를 나눠줬다고 합니다.

터널에 갇힌 지 2시간쯤 지났을까요.(철도공사 측은 이번 KTX는 1시간28분간 터널 내부에 정차했다고 합니다. 오후 7시48분 터널 내 정차, 오후 9시26분 터널에서 대전역으로 이동 시작) 하행선 대전~영동간 운행 중이던 고장차량은 임시열차에 연결돼 반대 방향인 대전역으로 상행했습니다.

환승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고령의 김 씨는 이 과정이 버거웠습니다. 승무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주변 승객들이 주춤주춤하는 김 씨를 발견하고 부축하는 등 이동을 도왔습니다. 대전역 도착에서 재출발까지 걸린 시간은 12분. 이 시간에 승객 575명은 새로운 좌석을 찾느라 허둥지둥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 철도공사는 "대전역에서 고장 열차 하차 후 같은 승강장에서 바로 옆 열차로 평면환승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하고, 안전하게 환승할 수 있도록 역 직원 등 가용 인력을 총 동원해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후 10시7분 대전역을 출발한 하행선 기차는 빠르게 가는 듯하더니 또 느릿느릿 갔습니다. 김 씨가 울산(통도사)역에 도착했을 땐 자정이 가까운 오후 11시54분. 서울역에서 열차에 오르고 5시간30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KTX가 역내 머물고 있다./사진=비즈워치DB

3시간의 기다림…아쉬운 안내의 연속

고속 열차 KTX는 3시간3분 지연 도착했습니다. 이윽고 철도공사의 지연배상안내 문자가 왔죠. 60분 이상 지연의 경우 운임의 50%를 배상해준다는데, 183분 지연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철도공사 측은 "승차 고객 모두에게 전액 환불 조치를 했고, 심야시간 도착역에서 대중교통이 종료된 동대구, 울산, 부산역 하차 고객에게는 대체교통비를 사후 신청하면 지급한다고 안내 방송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60분이 넘을 땐 별다른 구체적 환불 기준도 없다고 합니다. 심야 교통비 지급 안내 역시 현장에서 듣지 못하면 놓치는 열차내 방송으로만 나왔다더군요. 휴대전화기 등에서 언제든 기록을 찾아 확인할 수 있는 안내 문자는 없었고요.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고속철도(KTX·SRT) 이용객 규모가 1억187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홍보한 바 있습니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지난해 꾸준한 이용자 증가, 안정적인 수송실적을 유지했다. 앞으로도 철도교통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철도 건설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빈틈없이 챙기겠다"고 했습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자랑한 지 단 하루 만에 안심은 깨졌고, 안전 빈틈은 3시간을 넘었습니다.

세심함 더 필요한 때

국토부도 지난 14일 한국철도공사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안전 강화'를 주문한 바 있습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현재 기차가 노후화해 하루빨리 교체하고 정비하지 않으면 자칫 큰 사고가 날지 모르는 그런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열차 납품 지연 사태와 관련한 지적이었으나 큰 맥락에서 예방적 안전 강화를 강조한 것입니다.

이날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이 "철도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며 "사람이 점검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상황이므로 인공지능(AI)와 같은 첨단장비를 활용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서울역사 통로 아래 보이는 철도/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와 관련 정정래 한국철도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오늘도 안전하고 편안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육안 점검 시스템을 과감히 혁파해 AI 중심으로 빈틈 없는 안전체계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튿날 KTX는 안전하지 않았고 불편했습니다.

사고 당시 승객들이 이번 일을 더욱 빠르고 구체적으로 접했다면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진행 상황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사고가 있을 땐 특히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이 부족한 것도 아쉽습니다. 결국 노약자를 도운 건 주변 승객이었습니다. 한편 이번 사고는 보조전원공급장치 고장 탓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예정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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