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1.8% 하락하겠지만,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는 작년 하반기 국지적으로 시작한 상승세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제시됐다. 지난 5년간 주택 공급부족이 86만가구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내년이나 내후년 집값 폭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주산연 "매매 1.8% 하락, 전세 0.8% 상승"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올해도 주택 공급물량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2025~2026년 공급 부족에 의한 집값 폭등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산연은 올해 주택 매매가격이 전국 지표로는 1.8% 하락하지만 서울은 1.8% 상승, 수도권은 0.9%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의 경우 2.7%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1일 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연간 전망치와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앞서 건산연은 수도권 0.5% 하락을 점쳤지만 주산연은 0.9% 상승을 전망했다. 지방의 경우 건산연(-3.0%)이 주산연(-2.7%)보다 더 큰 하락폭을 예상했다. ▷관련기사: "올해 집값 1.8% 하락"…하지만 수도권은? 서울은?(6월12일)
앞서 건산연은 올해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을 3.0%로 예상했다. 지난해(-5.1%)의 반대 방향으로 큰 상승폭을 보인 거란 예측이었다. 반면 주산연은 0.8% 상승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서울(2.3%), 수도권(2.5%) 전셋값은 오르는 반면 지방(-1.7%)은 내릴 거란 판단에서다.
'분당베이비' 내집마련 나서는데…부족한 공급
주산연은 올해 상반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하반기엔 지방광역시도 강보합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상승 전망의 배경은 지난 5년간(2020~2024년) 수요증가 대비 공급부족이 86만가구 누적됐다는 데 있다.
수요 측면에서 일명 '1기신도시 베이비'들이 주택시장에 진입하고 독신 및 외국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택수요가 2030년까지 50만가구안팎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90년대 1기신도시 건설로 집값이 안정되자 결혼과 출산이 증가했다. 그 신생아가 30세에 도달하는 중"이라며 "지난해 30세 도달인구가 75만명으로 예년 평균 대비 8만명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독신가구도 청년의 만혼, 중년의 이혼, 노인의 사별 등 사유로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해 작년말 총가구의 33.6%를 차지했다"며 "그간 주목하지 않던 외국인 가구는 지난해 59만2000가구로 대전·광주광역시 규모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주택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산연은 올해 인허가(38만가구)와 착공(35만가구) 물량이 예년 평균보다 각각 30%, 27% 감소할 것으로 봤다. 분양(28만가구)과 준공(45만가구) 예상 물량도 예년 수준엔 못 미친다.
김 위원은 "주택공급 위축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선 1년만이라도 한시적으로 '관계기관 합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단'을 설치해 지원해야 한다"며 "준공 후 또는 일정 공정 이상 미분양 발생분을 매입할 경우 세제감면 등 확실한 미분양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공급대책 효과 없어" 지적…다주택자 규제로 공급 위축
업계에서도 사업성 악화에 따른 주택공급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 진단했다. 주산연이 지난 3~14일 주택건설사업자와 디벨로퍼 300여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70%가 향후 1년 내 주택사업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시장침체와 공사비 급등, PF 조달 어려움 등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주택사업자 중 81%는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이 효과가 없다고 응답했고, 86%는 PF 활성화 대책에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PF사업장을 '옥석가리기'하겠다는 금융당국 계획을 인정하지만 민간공급 기반이 무너지고 공급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금리가 인하돼야 하는 만큼 국민주택규모 이하에 대해선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제정책도 조속히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자로 역할하는 다주택자와 시행사를 향한 '악인' 이미지를 씻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서 전월세 시장에 기여하는 긍정적 역할은 분명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PF 사태를 겪으며 '악의 축'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시행사 역시 아무것도 없는 토지를 활용해 리스크를 안고 적재적소에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다주택자를 과도하게 규제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된다"며 "오히려 무주택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줌으로써 주거사다리인 빌라를 사기보다는 '로또' 청약을 기다리는 시장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비아파트는 원래 월세시장이었는데 2020년 이후 전셋값이 폭등하자 전세시장에 편입됐다"며 "개인이 임대하는 주택이 전체 민간임대의 95%인데 비아파트 금융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이다. 민간임대 제도 확립과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일관적인 정책 기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아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비아파트 수요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비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 아파트 청약을 할 때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 주거사다리인 비아파트 수요를 견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발표한 공급대책과 규제개선방안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한편 금융·재정당국과도 지속 협의해 단일한 정책 방향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