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난 집값 상승세에 대해 '추세적 상승'은 아니라는 진단을 재차 밝혔다. 일시적인 '잔등락'일 뿐 앞선 정부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필요한 곳에 주택이 공급될 수 있게 정비사업 등 각종 규제 혁파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다주택자 규제는 '자연법적 규제'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며 지방 중심으로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집값 상승, 이전 정부때 상황 재현 안될 것"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1일 세종 모처 식당에서 국토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나타난 집값 상승과 관련해 "추세적·지속적 상승 전환은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앞에 있었던 정부 때처럼 무지막지하게 오르는 상황이 재현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 둘째 주(8일 기준)까지 16주째 오르면서 집값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문제들이 그걸 끌고 몇십 퍼센트씩 상승시킬 힘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은 준공 후 미분양이 2만 가구가 넘는데 서울 특정 지역에 몰리는 걸로 시장 전부를 진단할 순 없다"며 "단기적으로 약간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들이 좀 크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부분적 상승"이라고 말했다.
"현재 집값 추세, 금융장세적 성격"
박 장관은 현재의 집값 추세에 대해 "수급의 문제보단 금융장세적 성격"이라고 봤다. 금융장세란 침체 국면의 말기에 실물 경기와는 상관없이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면서 인위적인 시장 개입보다는 공급 확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장관은 "시장 개입 시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게 맞다"며 "필요한 곳에 주택이 공급되도록 애로사항을 풀어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준공 물량도 3년 평균보다 조금 더 늘었고, 상당한 공급이 예정돼 있다"며 "3기 신도시 착공이 이미 됐고 조만간 만만치 않은 물량이 수도권 좋은 곳(입지)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개회한 만큼 소통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 공급을 막는 규제 법안을 혁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여소 야대지만 지역구에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부지런히 설명·설득하면서 법안 제정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제, 지방 중심으로 풀어야
다주택자 규제는 지방 중심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주택자 규제는 자연적으로 반드시 가야 하는 자연법적 규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주택이라는 재화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서민들은 세(임차해) 살고 있는데 돈 있다고 2~3주택 갖고 임대료 수익을 받는 것에 대해선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상생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규제하자는 게 실증법적인데, 다주택자 규제는 실증법적 규제"라며 "지방은 미분양이 많아서 공급해도 안 팔리는데 지방 소멸 등을 고려해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한 전세보증의 역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서민을 도와주기 위해 전세보증이 생겼는데 전세사기 피해자 지정받은 사람들의 예상 피해액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사고로 대위변제한 게 더 많을 정도로 전세보증이 전세사기의 수단화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오래된 제도로 전세보증을 근거해 많은 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대수술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가입 기준(담보인정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니 임대 사업자들이 반발하고 민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악용되지 않도록 과하게 집행돼서 전세시장 불안에 매개 촉매가 되는 일이 안 생기도록 조심스럽게 개편 방안 만들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