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 소위 '비단지'들은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목동우성, 한신청구 등 비단지는 목동 학군과 생활권을 공유하며 기존 신시가지 단지 매수의 대안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신시가지와 달리 세를 안고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도 가능하다.
'앞' 우성1차 29가구, '뒤' 우성2차 171가구 일반분양
1985~1988년 준공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1~14단지를 합친 규모가 총 392개동, 2만6635가구에 달한다. 5~15층 저층 위주라 재건축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매수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통상 행정구역상 목동에 속한 앞단지(1~7단지)와 신정동에 속한 뒷단지(8~14단지)로 분류되곤 한다. 용적률이 가장 낮은 5단지가 116%, 가장 높은 13단지가 159% 수준이다. 14개 단지 모두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6단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되며 앞서가고 있다.
목동 1~14단지를 제외한 일반 아파트들도 노후화됐지만 단지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비단지인 한신청구(1997년·233%), 신정아이파크(2002년·298%), 현대1차(1997년·484%), 금호1차(1997년·349%) 등은 단지에 비해 용적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목동과 신정동 일대에 리모델링 조합을 꾸려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목동우성1차(1992년·256%), 목동우성2차(2000년·286%), 신정쌍용(1992년·255%) 등 3곳이다. 목동우성1차는 GS건설, 목동우성2차는 롯데건설, 신정쌍용은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목동우성1차는 1단지 옆 용왕산에 둘러싸인 입지로 월촌초등학교가 가깝다. 목동에서 가장 큰 학원가까지 도보 10분 소요된다. 기존 15층, 332가구에서 최고 18층, 361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늘어나는 29가구는 일반분양한다. 지난 7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사전자문을 통과하고 현재 건축심의를 준비 중이다.
목동우성1차 리모델링 조합장은 "조합원과 일반분양 물량 모두 전용 101㎡(40평)대로 계획하고 있다. 다음 달 10일 건축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심의 통과 후 권리변동계획 수립, 2026년 상반기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정동에 위치한 목동우성2차는 11~14단지 아래 양천구청역과 인접했다. 신정동 최대 학원가까지는 자차로 10분가량 걸리는 위치다. 기존 18층, 1140가구에서 최고 27층, 1311가구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분양 계획 물량은 171가구에 달한다.
목동우성2차 리모델링 조합장은 "지난해 4월 건축심의를 접수했는데 필로티 규제가 생기면서 설계변경이 필요했다. 지난해 10월 사전자문을 접수했고 1년간의 협의가 최근 마무리됐다"며 "다음 달 말이나 11월 초 사전자문을 통과하면 건축심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2027년 상반기 이주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역세권 대단지 한신청구는 고민 중
1단지 우측 9호선 신목동역과 가까운 한신청구도 일찍이 리모델링이 논의돼 왔다. 하지만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1997년 준공된 한신청구는 용적률 233%, 최고 15층, 1512가구인 대단지다.
목동의 A 공인중개사는 "리모델링 추진 중이긴 한데 언제 될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 구성원들의 의지가 그렇게 적극적이진 않다"며 "재건축을 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사업성이 낮고 추가 분담금 이슈가 있어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B 공인중개사는 "리모델링, 재건축 의견이 반반 정도 된다. 당장 10년 이내에 된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속 편할 것"이라며 "1단지가 재건축된 다음에야 한신청구 리모델링이 추진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리모델링을 고민하던 다른 단지들도 최근 하락장을 맞으니 리모델링 얘기가 쏙 들어갔다"며 "시장 상황이 좀 나아지고 제일 빠른 우성이 어느 정도 추진된다면 한신청구나 다른 곳들도 구체적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사업성이 나오면 재건축을 추진했겠지만 용적률이 높고 추가 분담금이 크니까 리모델링밖에 답이 없다"며 "어영부영하다가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한다는 얘기들이 나오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다른 단지들은 크게 동요하고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