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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운전, 얼마나 위험하냐면요

  • 2024.11.11(월) 11:01

[혁신! 교통안전]TS 상주교통안전체험센터 르포
노인체험복 입으니 공주시간·제동거리 길어져
비상 급제동? 일단 두 발로, 안 되면 주차브레이크

한국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고령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급발진 의심 사고,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 이에 한국교통안전공단(TS)은 체험교육을 비롯해 안전 검사 강화 등을 통해 교통안전 선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 현장을 찾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혁신과 노력을 엿보고 왔다.[편집자]

"이 상태로는 운전하면 안 되겠는데요?"

지난 7일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고령자 운전 체험에 나선 모 기자가 말했다. 그가 20kg 가까이 되는 노인 체험복을 착용하고 노인 체험 안경, 이명 체험 헤드폰까지 끼자 행동거지가 눈에 띄게 둔해졌다. 

그 상태로 운전대를 잡으니 제동, 방향 전환 등이 전보다 미숙했다. 체험장에선 색다른 경험에 절로 났던 웃음기가 이내 사라졌다. 급발진 등 비상 상황에 따른 급제동 시연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지난 17일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진행한 고령자 운전 체험에서 당뇨성 망막증을 시연한 고령자 시뮬레이터 안경을 써봤다. 흰색 점박이가 박혀 있는 안경을 쓰면 오른쪽 사진처럼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사진=채신화 기자 

이렇게까지 안 보인다고?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이날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에게 마련한 고령자 운전 시연 및 체험에선 노인체험복을 착용했을 때 제동과 방향 전환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다가 전면의 전광판 3개 중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무작위로 빨간 불(정지 신호)이 뜨면 바로 제동하는 체험이었다. 30~50대 체험자 모두 능숙하게 제동했지만 시속 40km일 때보다 시속 50km일 때의 공주 거리가 더 길었다. 

공주 거리는 운행 중 교통 장애물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아서 브레이크가 작동되기까지 자동차가 주행한 거리다. 운전자는 노인체험복을 입고 같은 상황의 운전을 다시 했다. 노인체험복은 목, 몸통, 팔꿈치, 손목, 종아리 등 몸 구석구석에 착용해 무게를 실었다. 

체험복의 무게는 약 20kg에 달한다. 시연을 위해 해당 장비를 30분 넘게 착용하고 있던 센터 직원은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옷의 무게 때문에 지팡이에 의지해 노인처럼 거동했다. 

고령 운전 체험을 위한 노인체험복, 노인체험안경, 이명체험기 등. 동그라미 사진 속엔 20kg 무게의 노인체험복을 장시간 착용한 이십 대 남성이 체험복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있다./사진=채신화 기자

제대로 체험하려면 시연자처럼 노인 안경과 이명 헤드셋까지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1일 체험자들은 안전을 위해 체험복과 손끝 감각을 무디게 하는 고무로 덮인 장갑만 끼고 운전했다. 앞서 일반적인 조건에서 경험을 한 탓에 생각보다 공주 거리가 짧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전보다는 불안한 제동을 보여줬다.

차량 방향 전환을 보기 위해 좁은 공간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체험에선 라바콘을 치기 일쑤였다. 센터 관계자는 "체험복을 오래 입고 있으면 감기 몸살로 일주일째 앓고 있는 느낌"이라며 "고령자가 되면 회전, 방향 전환 등이 어렵고 인지 반응 시간도 2~3배 더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운전이 도로 위 위험 요소로 꼽히는 이유다. TS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점차 줄고 있지만 고령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은 2019년만 해도 전체(3349명)의 23.0%(769명)에 불과했지만 2023년엔 전체(2551명)의 29.2%(745명)로 비율이 높아졌다. 전체 사망사고 10건 중 3건은 고령운전자 사고인 셈이다.

이에 TS는 고령 운수종사자 자격관리 강화를 위한 운전적성정밀검사 자격관리 제도 개선을 시행 중이다. 고령자 첨단안전장치인 '사각지대 감지장치(BSD)'도 장착했다. 화물차 75대, 버스 15대다. 페달 블랙박스도 14개 서울택시회사 395대에 시범 장착 중이다. 

시속 50km로 달리다가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를 작동했을 때의 제동 모습./촬영=채신화 기자

급발진 땐 '두발 제동·EPB' 기억하세요

주행 중 비상상황 대응요령 시연도 진행했다. 센터에 따르면 최근 페달에 매트, 물병 등이 가속 페달에 끼여 급발진을 의심하는 사고가 많다.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도 빈번히 일어난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은 가속이 일어났을 때 차를 효과적으로 세우는 방법 두 가지를 시연했다. 두 발로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차가 멈출 때까지 통상 '사이드 브레이크'라고 부르는 EPB(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방법이다.

센터 관계자는 "실험 결과 제동 페달은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비상 상황 시 일반 페달에서 발을 떼고 두 발을 모아서 제동 페달을 밟는 게 가장 효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동 페달을 밟아도 멈추지 않거나 페달을 밟을 여력이 안 될 땐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EPB 사용을 권장했다. 탑승한 시연차는 시속 50km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EPB를 당겨 제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처럼 급하게 멈춰 서진 않았지만 큰 충격 없이 제동이 됐다. 시연 직원은 "EPB는 차가 완전히 멈춰 설 때까지 끝까지 작동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EPB의 위치. 차량마다 EPB 위치 및 작동 방식이 다르다./사진=채신화 기자

무엇보다 차량의 EPB 위치와 작동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연자는 설명했다. 대부분 페달 브레이크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 운전석 왼쪽 아래 또는 운전석 오른쪽 변속기 조작 버튼이 있는 부분에 잡아당기는 방식의 EPB 버튼이 있다. 그러나 벤츠 등은 EPB를 눌러서 구동하는 방식이다. 

센터 직원은 "EPB를 작동하면 엔진 동력을 아예 차단시키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제동이 된다"며 "내 차의 EPB를 어떻게 하면 작동할 수 있는지 먼저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는 이처럼 도로 위 위험을 미리 체험하고 안전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체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총 면적 30만㎡에 고속주행코스, 위험회피코스 등 13종의 체험교육시설을 갖췄다.

지난 2008년 12월 건립해 2009년 3월 문을 열고 화물·버스 운수종사자격 취득과정, 개인택시면허 양수 교육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버스는 2주, 택시는 4박5일 의무 교육을 진행 중이다. 

다만 교육 과정 및 수요에 비해 센터의 수와 직원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는 상주와 화성 2곳뿐이다. 익산은 2027년 12월 개소 예정이다. 상주센터의 직원도 22명에 불과하다.  

박승호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육운영처장은 "최근 은퇴자가 많아서 버스·택시면허 양수 교육을 듣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3센터, 4센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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