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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건물 줄테니…이혼만은"

  • 2018.08.30(목) 11:16

폭행 시달린 아내, 법원에 이혼소송·위자료 청구
국세청, 소송취하 합의금 14억원에 증여세 추징

"당신과의 60년 결혼생활은 끔찍한 악몽이었어요. 이혼소송으로 끝을 봅시다."
 
"내 인생에 이혼이란 없소. 소송을 취하해 주면 건물을 주겠소."
 
지방 대도시 전통시장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박모씨 부부는 60년 넘게 시장을 지켜온 산증인입니다. 과거 배고픈 시절을 꿋꿋하게 버텨낸 부부는 건물 몇 채를 보유한 알부자가 됐는데요.
 
원래 남편은 결혼 전까지만 해도 빈털터리였다고 합니다. 처가의 도움으로 신접살림을 차렸는데 6.25전쟁 때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을 남겨두고 징집되면서 가족은 간난고초를 겪게됩니다. 
 
난리통에 홀로 아들을 키우게 된 아내는 친정에서 재봉틀 한 대를 얻어 밥벌이를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재봉틀로 모자를 만들어 팔았는데 솜씨가 워낙 좋아서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였죠. 
 
남편이 군에서 제대할 무렵에는 공장을 차릴만큼 재산을 모아둔 상태였습니다. 사장은 남편이 맡았지만 원단 구입과 제품 생산, 판매까지 공장 살림은 아내가 도맡아서 처리했습니다.
 
 
봉제사업이 크게 번창하면서 주위 상인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부부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남편의 폭행과 폭언 때문에 아내가 상당기간 우울증에 시달려온 겁니다. 
 
남편은 사업을 아내에게 맡기고 틈만 나면 밖으로 나돌았습니다. 아내는 몸과 마음이 아파도 쉴 수가 없었죠. 그러던 중 아내가 안면마비(구완와사)에 걸려 일을 못하게 되자, 남편은 건물을 사줄테니 병이 낫는대로 다시 일을 하라고 종용했죠. 
 
실제로 남편은 건물 구입자금을 아내에게 건네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가져가 버렸습니다. 남편의 무대포를 견딜 수 없었던 아내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고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체면상 이혼만은 안된다고 버텼습니다.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현금과 건물 등기이전을 약속했고 합의서까지 썼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간곡한 설득에 못이겨 합의서를 공증 받은 후 소송을 취하했죠.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소송 취하 합의금 명목으로 10억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건물을 넘겨주는 대신 현금 4억원으로 퉁치려했죠. 
 
남편이 건물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아내는 다시 이혼소송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부부 사이의 다툼이 길어지면서 이들의 이혼소송이 국세청 레이더망에 포착됐습니다. 국세청은 부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14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 1억8000만원을 추징했습니다. 가산세까지 포함하면 아내가 부담해야 할 세액은 2억원이 넘었습니다. 
 
아내는 증여세 과세 처분이 잘못됐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는데요. 아내는 "남편은 결혼 당시 무일푼이었고 봉제사업도 내가 키우다시피한 것"이라며 "남편이 준 돈은 재산분할 성격이므로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국세청은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국세청은 "민법상으로 혼인 상태에서는 재산분할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혼인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은 증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세심판원도 국세청의 입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심판원은 "혼인관계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고 재산분할도 이혼을 전제로 한 게 아니라 이혼소송 취하 조건으로 지급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남편이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과세한 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이혼 전 재산분할을 약속했다면
부부가 협의를 통해 이혼한 경우 상대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재산분할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부부의 사정을 참작해 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다만 부부가 장차 이혼하기로 하고 재산분할을 끝냈더라도 그 효력은 실제 이혼이 이뤄진 뒤에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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