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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성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펴낸 책 ‘세계가 일본된다’에서 글로벌 경제가 일본의 25년 불황을 그대로 따라갈 거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다른 나라에 앞서 장기 침체를 겪은 선험자이므로 일본의 과거·현재·미래를 분석해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가 점차 일본화(Japanization)되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과 미국은 일본처럼 경제성장률·물가·투자·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신 4저(低) 시대’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한국, 중국도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일본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미래가 어두우니 출산률이 떨어지고 인구 고령화 현상이 자리잡는다. 이자가 낮아도 돈을 빌려 쓰지 않는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는 줄어 든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단순한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의 사회에서는 다툼, 갈등, 폭력이 난무한다. 과거 성장 시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전환형 복합 불황’이 나타나고 있다. 복합 불황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이 종합적으로 침체되는 현상이다. 최근의 퇴행적인 전체주의 분위기나 소외·차별 사건 등이 많아지는 것은 이를 반영한다.
한국 경제도 점차 전환형 복합 불황에 빠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4저 현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 부채 규모(480조원)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공기업 부채(875조원)까지 합치면 GDP 대비 60% 수준이다. 국가 재정은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될 전망이다. 고령화와 사회안전망 약화가 점차 빨라지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한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정을 둘러싼 갈등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 미래 갈등의 예고편이다.
이제는 세계 시스템 전체의 구조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문제가 달라졌으니 푸는 방법도 전혀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경기순환적 변동에 맞추는 전략으로는 필패(必敗)한다. 금리인하, 재정확대는 인플레이션, 재정적자만 불러온다. 저자는 한국이 생존하려면 일본이 갔던 길의 반대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의 경우 시중에 돈을 풀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정부재정만 바닥나서 복지가 축소되고 경기는 후퇴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우경화를 조장하며 국민의 관심을 돌려보지만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전쟁 위험만 고조될 뿐이다.
모범 사례는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이다. 국가와 국민이 일찌감치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 정책을 조정했다. 줄어드는 소득에 맞춰 허리끈을 졸라맸다. 또 대체 에너지와 창의적 산업에 투자하며 위험 관리를 해왔다.
저자는 전환형 복합 불황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남북 통일이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예측한다.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러시아, 일본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통일이 가능해지는 국제질서가 형성되는 것이다. 주변 4대 강국의 힘이 약화되는 시기에 남북은 통일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의 저자 홍성국씨는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증권에서 투자분석부장, 기업분석부장을 거쳐 리서치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디플레이션 속으로' '글로벌 위기 이후' '미래 설계의 정석' 등이 있다.
[지은이 홍성국/ 펴낸곳 메디치미디어/ 352쪽/ 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