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다시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대공황이 우리 할아버지들에게 가르쳐준 교훈을 다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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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장기불황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지난 2009년 세계경제 진단에 다시 한 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폴 크루그먼의 '불황경제학'이 5년 만에 재출간됐다. 이 책은 폴 크루그먼이 1999년 내놓은 '불황경제학'을 2009년 상황에 맞게 재개정한 것을 다시 펴낸 것이다. 출간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그의 분석은 마치 오늘의 세계 경제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장기불황, 1990년대 후반 동남아시아를 휩쓸었던 경제위기,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는 항상 '반짝 회복'했다가도 다시 드러눕기를 반복했다.
저자는 지난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를 두고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의 리허설"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치명적 전염병에 비유하며 그 전염병이 전 세계로 퍼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병마의 원인인 '그림자 금융'을 제대로 손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은행이나 신탁회사 등 제2금융권이 '은행인 체'한다며 그림자 금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림자 금융이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동안 경제 거품은 계속 커졌다. 미국 정부는 그림자 금융을 통제할 의사도, 의지도 없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세계 경제는 여전히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는 이전과 같은 대공황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불황은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폴 크루그먼은 이 같은 장기 불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입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망을 확충하고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때까지 일시적으로나마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완전 국유화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장기불황을 극복할 키워드로는 '수요'를 꼽는다. 재화의 공급만 충분하면 수요는 자연히 뒤따른다는 '공급중시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는 것. 공급이 넘쳐나는 데도 세계 경제는 경기 후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전통적인 정책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은 대신 충분한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존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불황이 '거품 호황'의 필연적인 결과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사용 가능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다. 현재의 불황은 잠재적 수요가 시장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해 발생한 '막힘 현상'일 뿐이다. 남은 일은 충분한 수요를 경제에 제공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케인스식의 경기부양 재정 정책이 해답이라고 확신한다. 각 지방 정부에 원조를 제공하며 도로·다리 건설 등의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공공사업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이다.
이 책의 저자 폴 크루그먼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프린스턴대학교의 경제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크루그먼의 경제학 해법' '크루그먼의 경제학입문' '크루그먼의 경제학' '미래를 말하다' 등이 있다.
[지은이 폴 크루그먼/ 옮긴이 안진환/ 펴낸곳 세종서적/ 280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