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 대표. |
<앵커>요즘 게임 업계 핫이슈죠.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가만히 살펴보면 이 두 게임사 말고도 뭉쳤다 흩어졌다하는 곳들이 있다고 합니다. 온라인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워치 임일곤 기자 연결해보죠.
임 기자. 설 연휴 직전이었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주식 맞교환을 하면서 동맹을 맺었잖아요. 이 동맹,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측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한번 접근해 보죠. 이번 주식 맞교환, 넷마블의 거침없는 사업 확장으로도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네 요즘 국내 게임 산업은 자고 일어나면 이슈가 터질 만큼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이 자리 잡고 있지만, 멀리서 업계 전체를 바라보면 대형 업체들간 새판짜기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이끌고 있는 넷마블게임즈의 요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요. 사실, 넷마블은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와 주식 맞교환으로 손을 잡기 전에, 국내 대표 검색포털이죠.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네이버와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앵커> 그래요? 몰랐네요. 그 얘기좀 자세히 해주세요.
<기자>그러니까,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11일 네이버와 모바일게임을 공동 마케팅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요. 네이버 모바일 버전에서 넷마블이 준비하는 기대작 2개를 대대적으로 띄워준다는 내용입니다. 두 회사의 협력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엔씨와 넥슨 경영권 분쟁' 이슈가 워낙 컸기 때문에 여기에 가려진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네이버가 모바일 버전에 특정 게임사 신작을 전방위적으로 밀어주면서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한때 한지붕서 살림을 했던 게임사 NHN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넷마블과 함께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앵커>임 기자. 네이버는 과거에 사행성 이슈 때문에 고스톱 포커류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한게임', 그러니까 지금의 NHN엔터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뒤로 감추려 했던 것으로 아는데요. 그러다 한게임 사업부를 아예 떼어내고 게임을 접는 것처럼 보였는데, 요즘 행보를 보면 그렇게 보기만도 어려워 보이네요? 그렇죠?
<기자>말씀하신대로 네이버는 요즘 게임을 포함해 쇼핑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적극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한게임 분사 이후 손을 뗀 것처럼 보였지만요. 최근에 중소 개발사들 게임 유통 지원 사업을 하면서 관련 생태계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게임에 다시 관심을 갖는 것은 글로벌 메신저 '라인' 이후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차원입니다.
<앵커>성장동력이라. 네이버가 라인에 집중하다가 다시 전통적인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 힘을 내보겠다. 이렇게 들립니다?
<기자>네이버는 지난해 '골목상권' 논란 등으로 시끄러웠던 쇼핑 사업을 접었다가 최근 모바일에서 다시 강화하고 있는데요. 게임과 쇼핑 둘 다 모바일에선 충분히 돈이 될만한 아이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넷마블 역시 해외 게임 시장 공략을 위해선 일본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국민메신저'로 통하는 '라인'에 올라타는 게 상책인데요. 이를 위해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다음카카오가 아니라 네이버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네이버와 넷마블이 협력한 것은 그러한 각자 셈법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NHN엔터와는 완전 결별했는데, 다시 게임이다. 적군도 아군도 없는 거네요?(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임 기자. 뜬금없어 보이기는 하지만요. 넥슨과 엔씨소프트, 원래 관계가 좋았잖아요? 그런데, 넷마블을 끌어들였다? 상황 자체가 특이하단 말이죠.
<기자>네, 넥슨의 '오너'인 김정주 NXC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둘 다 서울대 출신으로 한학번 차이의 선후배 관계인데요. 대학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고, 넥슨과 엔씨라는 걸출한 게임사를 키운 이후로도 사석에서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넥슨이 지난달 돌연 엔씨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했기 때문에 둘의 친분 관계가 금이 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그런 상황에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기자>네. 일단, 넷마블이 엔씨와 주식 맞교환과 함께 게임 사업에서 손을 잡기로 한 이상 엔씨의 우호 세력으로 들어온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방 의장은 이번 제휴가 단순히 엔씨의 경영권 방어를 도와주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방 의장은 지난 17일 엔씨소프트와의 사업제휴 간담회에 참석해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엔씨소프트 현 경영진이 회사를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이끌면 경영진 편을 들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편을 안들 수도 있다“라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앵커>넷마블의 참전으로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은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기도 한데요. 오너경영이 많은 게임업계에서 넥슨의 시스템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비지니스워치 임일곤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