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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경제]남들 한다는 '애자일'…우리 회사도 해야 할까?

  • 2019.06.03(월) 17:27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탄생한 애자일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려는 경영 철학
고민 없는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조직에 손해

요즘 잘나가는 기업들 사이에선 '애자일'이 화제입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도입한 경영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넷 익스플로러, 안드로이드, 아이폰과 같은 글로벌 히트작의 배경에 애자일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SK, HDC 등 많은 대기업이 그룹 오너의 혁신 의지에 힘입어 애자일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 KB금융그룹,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 기업들 역시 금융과 IT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애자일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애자일은 덩치 큰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혁신의 첨단을 달리는 스타트업 기업 역시 애자일을 표방한 곳이 많죠. 도입하기만 하면 기업을 쑥쑥 성장시켜준다는 애자일은 마치 동화 속 요술 지팡이 같은데요. '우리 회사도 애자일 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 많으시죠? 고민에 앞서 애자일이 정확히 뭔지 알아야겠죠.

◇ 애자일, 넌 누구냐

애자일은 '날렵한, 민첩한'이란 뜻의 영어단어 'Agile'에서 온 용어로, 1990년대 중반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조직 상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세운 계획을 하부에서 그대로 실행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워터폴 방식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A 기업이 개발 기간만 꼬박 1년 걸린 야심작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제품을 접한 고객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시작화면 디자인이 좀 별론데요." "이 부분이 쓰기 불편해요." "조금만 바뀌면 좋을 것 같은데."

이에 A 기업 개발팀은 기획단계부터 다시 시작,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한 새 제품을 다시 만듭니다. 6개월쯤 지난 뒤 두 번째 시제품을 고객에게 가져갔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어, 저번 제품이 더 나은 것 같아요." 글로 읽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비효율적이죠.

이 워터폴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던 몇몇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모여 애자일을 정립했습니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시작했지만, 조직 혁신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어느 산업 분야든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애자일은 '날쌘돌이'

사실 애자일은 조직 운영의 구체적인 방법론보단 운영 철학이나 조직 문화에 가깝습니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고객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모른다'는게 애자일의 전제입니다.

애자일의 가장 큰 목표는 환경 변화에 좀 더 기민하게 대처하는 겁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 심혈을 기울여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하려는 노력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죠. 어차피 중간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해 계획을 수정해야 할 테니까요.

대신 애자일은 두루뭉술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최대한 빨리, 최소한의 형태만 갖춘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려고 합니다. 고객들이 제품에 반응과 지적을 보내면 이를 반영한 제품을 다시 공개하고요. 제품 공개와 고객 피드백으로 이뤄진 일련의 과정들은 제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계속됩니다.

결국 애자일의 핵심은 사전에 수립한 계획을 그대로 따라가려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겁니다.

◇ 애자일을 적용하려면 스크럼으로

애자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용어가 있는데요. 바로 '스크럼'입니다. 스크럼이란 애자일을 실제 조직 운영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 중 하나로, 자체 결정권을 가진 소규모 조직이 '스프린트'로 불리는 업무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스프린트는 각 스크럼 조직의 세부 조건에 따라 2주에서 6주 정도 간격으로 돌아가는데요. 한 스프린트 내에서 스크럼 조직은 기획-개발-출시-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스프린트 내에서 개발 등 중간 과정이 지연된다고 일정 전체를 늘려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이전 스프린트에서 나온 지적사항이 너무 많아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면, 반영할 내용을 과감하게 줄이더라도 예정된 기한 내에 실제 사용 가능한 제품을 시장에 내놔야 합니다. 여기서 새로운 소비자 피드백을 얻는 것만으로 이번 스프린트는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는 것이죠.

◇애자일, 실제론 이렇게 돌아간다

지금까지 애자일의 유래와 개념을 살펴봤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애자일 조직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애자일 도입 성공 사례로 꼽히는 '스포티파이'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다니엘 에크(Daniel Ek) 창립자가 스웨덴에서 2008년에 창업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로, 현재 세계 81개 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2억7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 중 절반에 가까운 9600만 명이 유료 고객일 만큼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기업입니다.

스포티파이 내 업무조직은 최소 단위인 '스쿼드(Squad)'부터 시작됩니다. 스쿼드엔 엔지니어,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여러 업무 담당자가 모여 있는데요. 스쿼드는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프로젝트 종류와 진행 방식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업무를 맡은 스쿼드가 여러 개 모이면 '트라이브(Tribe)'를 이룹니다. 보통 트라이브는 100명 이내로 구성된다고 하는데요. 한 트라이브 안에서 같은 직군의 직원끼리는 일종의 기술 교류 모임인 '챕터(Chapter)'를 형성합니다.

각 스쿼드에서 신제품 프로젝트를 운영하다 마케팅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트라이브 내 마케터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그 결과를 각자 자기 스쿼드에 반영하는 식이죠.

스포티파이는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구성원들이 빠르게 뭉쳤다가 흩어지는 애자일 조직 구조를 통해 구성원이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했고, 빠른 시간안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갈무리

◇ 애자일, 어설프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많은 경영자가 애자일에 큰 기대를 걸고 조직에 도입합니다. 하지만 애자일은 한번 휘두른다고 기업에 혁신을 가져오는 요술 지팡이가 아닙니다.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없다면 오히려 도입하기 전보다 업무 능률이 떨어질 수도 있죠.

애자일 소조직은 사내 다른 조직의 도움 없이 맡은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기획은 기획 부서에서, 개발을 개발팀에서, 마케팅은 마케팅본부에서 맡던 기존 조직체계를 완전히 허물어야 하는데요.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 세일즈맨 등 여러 직무자들이 한 팀에 속해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애자일은 조직 운영 철학 또는 문화입니다. 성공적인 애자일 조직 정착을 위해선 조직 문화 전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각 애자일 조직의 자체 결정권을 존중하고, 업무 일정 또는 성과를 독촉해서는 안 됩니다. 많은 한국 기업에서 애자일 도입을 시도했지만 정착에 실패한 원인이 여기에 있죠.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가요? 혁신을 위해 조직을 송두리째 바꿀 각오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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