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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아프리카에서 한류? 왜 안되겠어요"

  • 2019.08.02(금) 17:28

송태진 케냐 GBS-TV 제작팀장
진정한 아프리카 모습 알리려 책 펴내
"아프리카 한류, 관건은 공감대 찾기"

우리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미지의 땅이다. 아프리카의 현실을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일단 거리가 멀다. 문화도 매우 다르다. 많은 이들이 구호단체의 홍보영상 속 큰 눈망울에 깡마른 아이들의 모습으로 막연히 아프리카를 떠올릴 뿐이다.

하지만 냉정히 외면하기엔 아프리카는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이다. 유엔이 올해 내놓은 세계인구전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 대륙 전체 인구는 13억명이 넘는다.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의 인구가 14억명 정도다. 아프리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국경을 쉽게 넘을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시장은 특히 더 그렇다.

이제 아프리카를 정면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마침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가 있다. 케냐의 현지 방송국에서 PD로 일하고 있는 송태진 제작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아내의 출산과 저술 활동을 위해 잠시 귀국한 송 팀장을 만나 아프리카에서 한류 콘텐츠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사진=송승현 기자 shsong@

- 어떻게 케냐에서 PD로 일하게 됐나.
▲ 과거 대학생 봉사단의 일원으로 부룬디에서 약 1년간 교육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때 힘든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삶의 방식에 매료됐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어떻게 하면 다시 아프리카에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영상 기술을 배우면 아프리카에서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학교에서 영상을 공부했고, 졸업 후 국내 영상 프로덕션에서 일하다 GBS-TV PD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케냐로 건너가게 됐다.

- '아프리카, 좋으니까'란 책을 썼다. 저술한 동기는 무엇인가.
▲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과 실제 아프리카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 우리는 흔히 '아프리카 사람들은 너무 가난하다', '밥도 먹지 못해 굶어 죽어간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의 기아 인구 비율은 약 20%라고 한다. 물론 높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머지 80%의 사람들은 그런대로 먹고살 만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아프리카? 불쌍해!'라는 생각에서 그치고 만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국제협력과 경제개발, 문화사업을 논하겠나. 향후 아프리카와 본격적인 교류를 하기에 앞서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 인세 수익의 일부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기부하기로 했는데. 
▲ 독자들과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다른 구호단체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투명하게 아프리카를 교육, 문화 등 여러 방면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더라. 인세 수익의 일부를 여기 기부하면 책을 산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아프리카를 위해 기부하게 된 것 아닌가. 이를 통해 독자들과 아프리카와 관계를 더 크게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송태진 제작팀장 제공.

- 케냐에선 어떤 TV 프로그램이 인기 있나.
▲ 케냐 사람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구매한다. 케냐는 드라마, 영화 등 자체 콘텐츠 생산 능력이 약하다. 그 때문에 유명 연예인도 그다지 많지 않다. 대신 '스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정치인이다. 

케냐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드라마 보듯 뉴스를 본다. 케냐 정치인들은 프로레슬링 선수들처럼 쇼맨십이 뛰어나다. 다들 달변가에 자신을 어필하길 좋아한다. 여기에 상대편 정치인과의 갈등 관계가 마치 드라마처럼 얽히고설켜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 

아직 케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 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도 뉴스는 꼭 봐야 한다. 그래서 저녁 뉴스 방영 시간이 되면 석유 발전기를 돌려 TV를 켜고, 뉴스가 끝나면 TV를 딱 끄고 잠자리에 드는 가정도 많다.

- 케냐에서 PD로 일하며 힘든 일은 없었나.
▲ 얼마 전 어느 학교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을 촬영하려는데 갑자기 전기가 끊겼다. 전교생 600여명과 교장선생님 이하 교직원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막 촬영을 시작하려는 순간 마이크와 스피커가 펑펑 꺼지더라. 카메라는 충전식이라 괜찮지만, 마이크나 스피커는 전기가 끊기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곤란한 상황을 가끔 겪다 보니 필요에 따라 발전기를 들고 촬영을 나가기도 한다.

TV 홈쇼핑 도입도 힘들었다. 아마 우리 방송국에서 아프리카 최초로 홈쇼핑을 시도했을 거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스마트폰이나 여러 물건 들을 팔았는데, 그땐 택배 시스템이 없었다. 그래서 주문이 들어오면 우리 직원들이 직접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배달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선 일할 때 어렵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다. 어려울 일이 하도 많아서다. 이럴 땐 아프리카 스타일로 '둥글둥글' 넘어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한국에서 일할 때처럼 칼같이 정확하게 하려고 하면 내 속만 터진다.

- 케냐에서도 뉴미디어가 '대세'인가.
▲ 최근 시청자들이 유튜브로 빠르게 넘어가는 추세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방송국들은 대부분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튜브 시청자층이 확대된 계기가 지난해 초에 있었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케냐 정부가 몇몇 큰 방송사들의 방송 송출을 막았다. TV로 방송을 볼 수 없게 된 시청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유튜브로 몰려갔다. 그때 유튜브 시청자가 많이 늘면서 현지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유튜버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사실 케냐 사람들은 영어를 잘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스와힐리어, 부족 언어, 영어까지 3개 언어를 할 줄 안다. 덕분에 콘텐츠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미국의 재미있는 유튜브 동영상이 있으면 그대로 시청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케냐 콘텐츠 산업의 약점이기도 하다. 미국, 인도 등 영어권 국가의 뛰어난 콘텐츠를 그대로 소비할 수 있다 보니, 자국의 콘텐츠가 비교적 인기 없다.

송태진 제작팀장 제공.

- 케냐 사람들은 한류 콘텐츠를 얼마나 즐기고 있나.
▲ 아직 한류 콘텐츠가 엄청난 '붐'을 일으키진 못했다. 최근 BTS 팬들이 늘어나고 있고, 주로 불법 다운로드를 이용하긴 하지만 한국 영화도 많이 본다. 하지만 주류 문화는 분명 아니다.

케냐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한류 콘텐츠로는 MBC 드라마 '주몽'이 있었다. 얼마 전 우리 방송국에서 수입해 방영했는데, 당시 주몽 센세이션이 일었다. 사람들이 주몽 방영시간에 맞춰 귀가하거나, 전자상가에서 TV에 전부 주몽을 틀어 놓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 고구려 건국 신화를 다룬 드라마가 케냐에서 인기를 끌었다니 신기하다.
▲ 주몽은 영웅이 점점 성장하는 내용이라 스토리가 단순하지 않나. 게다가 케냐 사람들이 액션물을 좋아하는데, 주몽에 액션 장면이 많이 나온다. 분명 현지인들에게 다가갈 만한 부분이 있었다. 문화 콘텐츠라는 건 다른 문화에 공감할 수 있어야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아프리카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면, 한류 콘텐츠 성공이 왜 안되겠나.

다만 우리가 먼저 아프리카 시장을 노크할 필요는 있다. 지금 한류 콘텐츠는 아프리카 시장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 아프리카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처럼, 한류 이벤트를 준비한다던가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아프리카를 염두에 둔다면 조금 더 빨리 아프리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 향후 한국-케냐 양국에서 활동 계획은.
▲ 최대한 많이 '설치고' 싶다. 한국에서도 아프리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아프리카에서도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프리카가 지금 상태로 계속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반드시 거대한 시장으로 도약할 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방송국의 위치가 더 중요하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한 한류 콘텐츠를 실험하고 싶어도, 잘 모르는 현지 방송국과 일하려면 힘들지 않나. 하지만 우리 방송국과 함께 하면 아프리카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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