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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英 슈로더가 말하는 ESG 투자 철학

  • 2019.08.13(화) 17:12

루펭 첸 슈로더 투자본부 이사 인터뷰
"펀더멘털 분석에 ESG 평가…성과 뚜렷"
"ESG는 성장세 견인보다 리스크 분석"

문제:  당신은 외국인 투자자다. 양호한 수익률이 기대되는 주식 종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투자를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한국인 입장이라면 투자가 꺼림직 하지만 제 3자인 외국인은 전범기업이라는 사실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투자자라면 수익률을 중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투자에 나서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판단은 틀렸다. 잠재적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일감정이 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해 봐야 한다. 실적 대부분이 한국 수출에서 나온다면 매출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사회적 반감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재무제표를 아무리 들여다본들 답을 얻기 쉽지 않다. 여기에 해답을 주는 전략이 바로 ESG 투자 전략이다. ESG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영문 앞 글자를 따 만든 조어다. 기업의 각 요소를 평가해 등급을 매겨 투자를 결정한다.

지난 12일 영국의 자산운용사 슈로더(Schroders)의 루펭 첸(Rupeng Chen) 투자본부 이사(Investment Director)를 만나 ESG 투자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첸 이사는 ESG 요소를 리스크 분석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펀더멘털 분석에 ESG 분석까지 가미하면 투자 성과가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첸 이사는 2009년 슈로더에 합류해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 QEP(Quantitative Equities Product) 팀을 이끌고 있다. QEP 팀은 계량적 분석을 통해 주식 투자에 주력한다. ESG 요소를 퀀트 전략에 결합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QEP팀은 310억 달러(약 38조원)를 독자 운용한다.

루펭 첸(Rupeng Chen) 슈로더 투자부문 이사 /사진=프레인키웨스트

- ESG 요소를 어떻게 투자 전략에 적용시켰나
▲ 배제 전략이 대표적이다. ESG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 종목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비슷한 성격을 가진 종목을 찾는 전략이다. 슈로더는 ESG 평가 결과에 따라 호주 담배 산업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필수재와 헬스케어 등에 투자한다. 담배 산업과 비슷한 방어주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ESG 평가 결과만으로 종목을 선정하는가
▲ 슈로더 ESG 평가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선결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어야 하고 사업성이 건전하고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 이 요소를 갖추지 않았다면 아무리 ESG 등급이 좋아도 투자 목록에 오르기 힘들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ESG 투자는 장기 투자 수익률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펀더멘털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

- 기업을 하나씩 분석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닐 것 같다
▲ 투자 후보군은 전 세계 1만5000개 종목에 달한다. 독자 모델을 적용해 우수 종목을 가려낸다. 은행에 투자할 경우 좋은 은행을 찾기 위해 은행업 특유의 기준을 적용시킨 모델을 구축한 뒤 수 천 개 은행 정보를 입력해 결과를 산출한다. 각 사업별 모델은 연구 리서치 활동을 통해 구축했다. 매니저들이 매수 혹은 매도 결정을 내리기 위해 검토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 ESG 등급 평가는 외부 기관에 위탁하는가
▲ 로우 데이터를 받아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외부 기관은 대부분 상대 비교를 통해 ESG 등급을 평가한다. 담배 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등급이 우수한 종목을 찾아내 추천하는 식이다. 납득하기 힘들다. 슈로더의 목표는 절대적 리스크를 산출해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별로 ESG 등급 평가를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 등급에 미달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다면
▲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로, 환경친화적이다. 환경(E) 측면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오너 중심의 지분 구조가 원인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고 사업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부 천연자원 회사는 밸류에이션이 저렴하고 사업성도 훌륭하지만 탄소집약도가 높은 경우가 있다. 향후 더 많은 규제 압박을 받아 사업 비용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ESG 등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경영진과 직접 만나 개선 작업을 독려하기도 한다.

/사진=프레인키웨스트

- 개선 작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 경영진과 함께 개선 작업에 나서는 것은 강력한 투자 전략이다. 기업에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부정적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개선 작업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수익률을 높일 방법을 찾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ESG 투자를 통해 긍정적 사회 변화를 꾀하는 셈이다.

- 수익률은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투자 성과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 밸류에이션과 사업성을 평가한 뒤 ESG 요소를 추가로 살펴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ESG 요소를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ESG 등급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ESG 투자 전략을 구사했는데 현재는 ESG 등급을 높이기 위해 기업 활동에 관여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 한일 간 무역 분쟁이 한창이다. 투자에 있어서 정치적 리스크는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 일본 기업의 과거 실적이 훌륭했지만 최근 한일 관계 분쟁에 휘말려 수출량이 감소해 매출이 하락했다고 한다면 그 기업 투자 비중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기업을 찾아 투자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국제 관계는 통화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통화 측면에서도 꾸준하게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의 ESG 투자 문화는 활성화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한국의 경우 기타 이머징 시장과 같이 선진국 시장과 비교해 ESG 측면에서 낮은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이머징 시장에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투자한다. 저평가된 투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 투자 활동이 성장세를 견인하지는 않는다. 투자 리스크 분석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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