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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 대사가 전하는 '아프리카 시장 공략법'

  • 2019.08.28(수) 10:50

카소스 마타이 주한 시에라리온 대사 인터뷰
"자원 풍부해 가공기술 중요…인센티브 제공"
"익산 자매도시 MOU 추진…투자 가이드 마련"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교역 창구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특정 국가에 치우치는 의존도를 해소하지 않는 한 비슷한 상황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는 지역 중 한 곳이 아프리카다. 13억 인구의 아프리카는 인적 자원과 지하 광물이 풍부해 향후 성장 전망이 밝지만 위험한 측면이 먼저 부각하고 국내에 알려진 정보는 제한적이다. 아프리카 국가 주한 대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과 투자 기회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아프리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대개 제한적이다. 넓은 초원을 달리는 야생 동물과 북을 치며 노래하는 원주민, 기근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모습과 전쟁과 폭력으로 황폐해진 마을의 잔상도 익숙하다. 도와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전형적인 편견이다. 익숙지 않지만 무섭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의 면모도 있다. 최근 3년간 아프리카 54개국 평균 경제성장률은 4%가량으로 여타 개발도상국 수준을 웃돌았다. 미국과 중국, 인도의 바통을 잇는 대형 시장으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도 많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이 대표적이다. 헐리우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시에라리온은 식민 시대와 내전 사태를 지나 2000년대 외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는 약 788만명. 면적은 7만1740㎢으로 한국의 70%에 해당한다. 2017년 GDP는 약 38억 달러로 한국의 1%에도 못 미치는 최빈도국이지만 대서양을 끼고 있어 해양진출이 용이하고 미개발 지하자원이 풍부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난 23일 국내에서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카소스 마타이(Kathos Jibao Mattai) 주한 대사를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시에라리온 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양국 경제 협력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독려했다.

마타이 대사는 작년 11월 한국을 찾아 올 3월 신임장을 제정했다. 1960년생인 그는 시에라리온 엔잘라 농과대학 졸업 후 영국 뉴햄컬리지대학과 길드홀대학에서 유학했다.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미국으로 이동해 오랜기간 의료계에서 일해왔다. 대사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소스 마타이 주한 시에라리온 대사가 시에라리온 전통의상을 입고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송승현 기자

- 주한 대사 업무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다
▲ 따뜻한 환대가 기억에 남는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의 본고장을 찾았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거의 모든 길거리에 CCTV가 설치돼 있는 치안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 임기 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 개발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다. 시에라리온에는 빈곤층이 여전히 많다. 산업 역량을 갖춘 선진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다양한 자원을 조달해야 한다. 시에라리온의 열대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연중 5~11월이 우기에 해당한다. 빗물을 모아두었다가 건기에 공급하는 기술을 찾고 있다. 수자원 관리는 의료보건 서비스와 산사태 방지 등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는 하나의 사례다. 모든 방면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 한국에 먼저 대사관을 설치한 이유는
▲ 시에라리온 대사관이 위치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현재 총 15곳이다. 한국은 전후 60여 년간 경제 발전 과정을 거쳐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풍부한 인적 자원과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협력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사관은 한국에 주재하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를 함께 관할하고 있다.

- 시에라리온의 매력을 꼽자면
▲ 금 철 다이아몬드 복사이트 금홍석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일부 중국 기업들이 철을 캐고 있는데 가공 과정 없이 자국 수출만 하고 있다. 포스코 같은 철강기업이 현지에 가공공장을 구축하면 원자재를 싸게 공급받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향후 도로 다리 등도 구축할 기회도 있다. 570km에 달하는 해안가가 있어 조선 기술 협력도 가능하다.

복사이트(Bauxite): 알루미늄의 원재료
금홍석(Rutile): 티타늄의 원재료

농업 잠재력도 상당하다. 일단 자연 환경이 작물 재배에 우호적이다. 망고 카사바 옥수수 등 재배는 용이하지만, 쌀농사는 기계화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량이 부족하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다. 부족분은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 기계화 추진 과정에서 한국의 제조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 중국 일본 등이 이미 진출해 있다
▲ 시에라리온은 영국 식민지 시대와 90년대 내전을 겪은 뒤 마침내 평화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두 번의 대선 과정에서 평화적인 정권 교체도 이뤄냈다.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시장경제 질서를 추구한다.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늦은 감이 있지만, 자유시장 내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 한국의 스마트폰은 세계적 수준이다. 아프리카의 높은 성장률을 감안해 시장 선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세제 혜택 특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용의도 있다.

- 시에라리온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 방향은
▲ 작년 4월 임기를 시작한 비오 대통령은 개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우선 현 정부는 빈곤퇴치와 산업화, 기후변화대처 등 UN 지속가능 개발목표 17개 항목 이행에 집중하고 있다. 간판 정책 중 하나는 산업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상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민관협력모델을 개발의 기본 축으로 삼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빈곤을 퇴치하고 환경을 보호해 모든 사람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도록 촉구한다. 17개의 구체적 지침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발전 프레임워크를 제공한 새천년개발목표의 후속 의제로 2015년 9월 UN에서 채택됐다.

- 민간 교류를 확대하려면
▲ 중요한 것은 무역이다. 지난 5월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아프리카 52개국이 서명한 자유무역지대(AfCFTA)가 출범했다. 한국과도 FTA를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 3월 문재인 대통령께 장관급 교류를 정기적으로 갖자고 제안했다. 정상급 인사 교류가 이뤄지려면 실무 협상이 진척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뢰 관계가 구축될 것이다.

- 성과가 있었는지
▲ 시에라리온 제2의 도시인 보(BO)시티는 전라북도 익산시와 자매결연도시 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교류 프레임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시장 진출에 필요한 로드맵을 얻을 수 있다.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가 풍부한데 한국의 보석가공업체가 진출해 원석을 싸게 공급받으면서 가공 기술을 전해준다면 서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있는데
▲ ODA 사업은 대부분 대사관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현지 수요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의 대표적인 아프리카 ODA 사업 중 하나가 우물파기 사업인데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물 자체가 아니라 물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감안해 태양광 산업 기술을 도입해 전력 생산을 돕는 방법도 있다. 일방적인 것이 문제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남흥건설이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복합행정센터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시에라리온 진출 희망 기업에 조언한다면
▲ 시도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위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있지만 대개 과거의 일인 경우가 많다. 시에라리온은 과거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에 서구 국가 영향력이 커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이 크지 않았다.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시에라리온에 한국인이란
▲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농촌개발을 통해 식량을 증산해 빈곤을 퇴치한 데는 정신적인 면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70년대 한국인 광부들이 독일에 가서 외화를 벌어온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90년대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정신적 자산을 시에라리온 국민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눈에 콕콕]"시에라리온 발전은 새마을운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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