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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투자? 이집트라면 '일타삼피'"

  • 2019.09.02(월) 17:11

하짐 파미 주한 이집트 대사 인터뷰
"이집트 대규모 개발 중…기회 많아"
"거시경제 양호…韓기업 매력도 높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교역 창구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특정 국가에 치우치는 의존도를 해소하지 않는 한 비슷한 상황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는 지역 중 한 곳이 아프리카다. 13억 인구의 아프리카는 인적 자원과 지하 광물이 풍부해 향후 성장 전망이 밝지만 위험한 측면이 먼저 부각하고 국내에 알려진 정보는 제한적이다. 아프리카 국가 주한 대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과 투자 기회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이집트에 대한 강렬한 기억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튀니지에서 촉발한 반정부 시위는 이집트로 번져 약 한 달 간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약 30년 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하기에 이른다. 그 후 2년 뒤 알 시시 현 이집트 대통령이 이끄는 군부 세력이 정권을 장악했고 이후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IS 등이 아프리카 뉴스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국내 매체에 이집트 소식이 다시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피라미드와 미라 등으로 유명한 이집트는 강력한 대통령 리더십 아래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개발을 일으키고 IMF 개혁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중국 일대일로 정책의 일부분으로 이집트가 갖고 있는 잠재적 역할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집트의 경제 부흥 노력이 각광을 받는 배경 중 하나는 이집트가 가진 지리적 중요성이다. 이집트는 아프리카와 중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길이 192㎢의 수에즈운하 소유권을 둘러싸고는 1956년 국제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혹자는 이집트를 세 대륙의 진입문이라고 표현한다.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구에 위치한 이집트 대사관에서 하짐 파미(Hazem Fahmy) 주한 이집트 대사를 만났다. 하짐 대사는 아프리카 진출에 대한 한국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집트 거시 경제 환경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개선되고 아프리카 중산층 인구가 확대 추세로 접어들고 있어 하루 빨리 시장에 진출해야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짐 이집트 대사는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1987년 이집트 외교부에 발을 디딘 후 유럽과 내각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UNDP(유엔개발계획) 이사회 아프리카 부대표직과 UN 산하의 ICFFD(개발재원국제회의) 아프리카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연합에서 북아프리카 대표로 개발협력 파트너십 업무에 주력했다. 미국 뉴스쿨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3월 주한 대사 신임장을 제정했다.

하짐 파미 주한 이집트 대사/사진=이돈섭 기자

- 이집트에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 이집트 정부의 개발 정책은 국내와 국외로 나눌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13개 스마트 도시를 포함해 각종 도시 항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역내에서 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 국외에서는 아프리카 대륙 인프라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과 같은 경제 파트너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 규모는 전체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 이집트 투자는 여전히 낯선 느낌이 있다
▲ 한국 정부가 신 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신 아프리카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외환보유고를 풀어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견실한 기관들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아프리카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 이집트 투자에 대한 장점을 꼽는다면
▲ 시장이 역동적이다. 인구는 4년마다 1000만 명씩 증가해 현재 1억 명이 넘는 수준이다.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은 5.6%를 기록했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중국 인도 등에 필적한다. 이집트 정부는 국책 프로젝트로 수에즈운하 경제구역을 개발하고 있다. 운하는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향후 물류 허브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중국 러시아 폴란드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한국이 참여한다면 법이 허락하는 틀 안에서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다. 올 6월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AfCFTA)가 정식 출범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창설 이후 가장 큰 시장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는 데 1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강한 정책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향후 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 절차도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아프리카는 노동력과 원자재가 풍부하다. 역내 중산층 인구는 현재 4억 명에서 향후 6억 명으로 확대될 것이다. 진입이 빠르면 빠를수록 선점 효과가 커진다.

- 이집트 정국 불안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혁명이 일어나 경제 안보 측면에서 큰 변화가 일었다. 당시 경제성장률이 1~2%대로 곤두박질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이집트 경제성장률은 6%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를 찾은 관광객은 980만 명에 달한다. 1000만명을 웃돌던 예년 수치를 회복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 등은 여행 경보를 해제하기도 했다.

GS그룹은 이집트 석유화학공장 건설에 참여했고 LG전자와 삼성전자도 현지 투자를 확대했다. 기업 투자 확대는 정세가 불안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1% 정도의 테러 위험이 존재하지만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과장된 언론 보도로 이집트 경제가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다.

이집트의 경제규모는 나이지리아 남아공에 이어 아프리카 국가 중 세 번째로 크다.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기준 2354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15% 가량에 해당한다. 지난 분기 GDP 성장률은 5.6%를 기록했다. 국가 면적은 101㎢로 우리나라의 약 10배에 달한다. 인구는 평균적으로 4년에 1000만명 정도씩 증가해 현재 약 1억 117만명이다. 한국과의 수교는 1995년 이뤄졌다.

-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상황은
▲ 2016년 신청해 총 120억 달러(약 14조5300억원)를 3년 간 나눠서 지원받았다. 최근에 마지막 지원분을 받았다. 앞으로 상환하는 일만 남았다.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을 통해 외환보유고도 2013년 130억 달러에서 지난해 440억으로 늘었다. 2016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요동치던 환율은 달러당 16파운드 대에 안착했다. 실업률은 과거 두 자리 수에서 7%대로 떨어졌다. 최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5%p 인하했다. 여러가지 고충이 있었지만 최근 경제 사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 이집트 내 어떤 분야가 전도유망할까
▲ 이집트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집트에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메이커 제조공장이 있다. 이집트는 가죽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해 있다. 이달 중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를 이집트로 초대해 재무부 투자부 등과 함께 투자 전략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몇몇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프리카 역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안건으로 상세히 밝히기 어렵지만 이달 중 논의가 구체화될 것이다.

사진=김보라 기자/bora5775@

- 최근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됐다
▲ 맞다. 천연 가스 부문에서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탐사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단지도 조성하고 있다. 이집트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 사정에 밝은 기업들이 많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지 기업과 손잡고 활동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 간 협력체계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 부임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을 때 이집트 기업이 KT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과정에 개입한 적이 있다. KT가 2014년 개발한 기가와이어라는 기술을 이집트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집트 통신 인프라는 대부분 유선으로 구성돼 있고 인터넷 속도가 느린데, 이를 최대 200배까지 끌어오릴 수 있다고 봤다. 현지 시연을 거쳐 실질적 성과를 냈다. KT는 이를 계기로 수에즈 운하 경제구역 내 스마트 인프라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 이집트 입장에서 한국 기업의 매력 포인트는
▲ 이집트 정부는 이집트 기업의 기술 자립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정책 규제 면에서 기술 이전이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롭지 않아 기술 이전 받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로운 산업이 경제 사회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없을까
▲ 현재 한-이집트 간 FTA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로 현재 이렇다 할 진척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양국 간 협의 창구를 통해 정상급 회담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3월 알-시시 대통령 방한 이후 작년 12월 국회의장이 한국을 찾았다. 올 2월에는 재무장관과 투자국제협력장관 등 경제사절단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이집트를 방문한다면 여러 후속 조치들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집트의 매력을 꼽는다면
▲ 이집트에는 공학 분야에 총명한 인재들이 많다. 카이스트 등 한국 내 대학 간 교류를 통해 인정받고 있다. 이집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치해 우수 인력과 협력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면 장기적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각 지역 국가들의 발전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마지막 지역은 아프리카다.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이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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