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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제약사 Inside]①세계 최강도 '사내정치로 골머리'

  • 2015.07.24(금) 15:12

글로벌 톱5, 노바티스·화이자·사노피·로슈·머크
복지·연봉은 '굿' vs 사내정치·신약개발엔 '악평'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자체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업체들과 손잡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또 규모와 역량 면에서 월등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한 축으로 작용해 왔다.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 동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과연 글로벌 제약사들이 처한 현실은 어떨까. 전현직 직원들이 진단한 회사의 역량과 장단점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권에 든 글로벌 제약사 직원들은 대체로 사내 복지, 업무량, 연봉에 대해선 만족스러워 했다. 반면 사내 정치가 과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단점도 드러났다.  

 

미국 취업 정보사이트 글래스도어(www.glassdoor.com)에 가보면 글로벌 제약사 전·현직 직원들의 이 같은 솔직한 평가를 들을 수 있다. 글래스도어는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평점과 평판을 올릴 수 있는 취업정보 사이트다.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어 비교적 솔직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평판을 올린 직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약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력있는 동료들 역시 이들의 자랑거리다. 반면 각 기업별로 떠안고 있는 고민거리도 있다. 회사의 미래 수익을 보장할 연구개발(R&D)에 대한 불안감, 과도한 인수합병(M&A)으로 인한 혼란, 수시로 진행되는 인원감축으로 인한 고용불안 등이다.

 

◇"노바티스, 신약개발 불안..화이자, M&A 과하다"

 

지난해 제약사 매출기준 상위 5위에 든 노바티스(Novartis), 화이자(Pfizer), 로슈(Roche)의 전현직 직원들은 사내정치가 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20년 회사생활 중에서 사내 정치가 가장 최악 이었다'(노바티스), '회사에서 벌어지는 정치에 맞추기 어려울 정도다'(화이자), '자격 없는 사람들이 단순히 피셔(Fisher)가와 연줄이 있다는 이유로 회사에 들어왔다'(로슈) 등 사내정치를 비판하는 평이 많았다.

 

특히 세계 1위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일부 직원들은 기존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내 분위기가 사라지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노바티스에서 이사(Director)로 근무한다는 한 직원은 "중심 가치에 벗어난 매니지먼트로 회사가 혁신적인 문화를 잃어갈 것"이라며 "R&D에 실패한 또다른 거대 제약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회사의 신약 개발에 불안감을 나타낸 직원도 있다. 한때는 좋은 신약 후보를 갖고 있었으나, 그 수가 급격히 줄어 이제는 제네릭(복제약)을 파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길게 봤을 때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2위 제약업체 화이자의 전현직 직원들은 회사가 제약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화이자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회사가 변화를 시도하며 더욱 민첩한 조직이 되고 있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상위 직책 관리자들이 인수합병으로 바뀔 때마다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조금 적응했다 싶으면 또다시 인수합병 사건이 터진다고 토로한 사람도 나왔다.

 

◇"로슈, 실수 인정 못해..사노피, 긴 안목 없다"

 

로슈는 가족처럼 지내는 사내문화가 직원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 전현직 직원들은 '사내 분위기가 매우 전문적이며 협조적이다', '로슈에는 헌신적이고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등의 평을 올렸다.

 

반면 실수를 두려워하는 문화는 단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로슈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한 가지 실수를 하면 구두 경고와 서면상으로 조언을 들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직원들이 단순한 실수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하며 고정관념을 깬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제약업계 3위인 프랑스 사노피(Sanofi)는 비혁신성과 관료주의가 단점으로 꼽혔다.

 

의학책임자(Medical Director)로 일했다는 전직 직원은 "회계 담당자와 변호사들이 3개월마다 예산을 책정하는 바람에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는다"며 "당장 내 몸이나 조심하자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은 글로벌 제약사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 중심의 사내질서에 반감을 드러냈다. 미국 뉴저지주 브리지워터(Bridgewater)에서 일한다는 한 직원은 "인원 감축을 할 때 프랑스 직원은 기본적으로 대상에 들어가지 않으며 미국 직원들만 항상 해고의 대상"이라고 토로했다.

 

관료주의 문화도 단점으로 손꼽혔다. 일부 직원들은 '문서승인 시간을 서류에 찍을 정도로 종이에 보여주는 데 집착한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관료주의적인 문화가 있다', '직원들이 쓸데 없는 데 시간을 쏟지 않도록 회사가 핵심적인 일에 관심을 쏟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올렸다.

 

◇"머크, 수시 구조조정..좋은 직원이 떠난다"

 

5위 제약업체인 머크(Merck)의 직원 역시 복지, 연봉, 동료, 좋은 신약 후보 등에는 전반적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고용 불안에 대해선 불만을 토로했다.

 

10년 이상 영업분야에서 일했다는 한 직원은 "매출이 감소하면서 회사규모(직원수)도 끝없이 줄고 있다"고 전하는 등 여러 직원들은 회사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수시해고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속적인 인원감축으로 회사 분위기가 적대적이고 파괴적으로 변하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자리가 불안하자 실력있는 직원들은 떠나고 일 못하는 직원들만 남았다', '남아있는 직원들도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며 회사를 옮기지 않은 건 단지 게으르기 때문이다' 등의 악평을 올렸다. 물론 이런 평가를 올린 이들은 정리해고 대상자 일수도 있다.  

 

임원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머크의 간부급 직원은 "침묵은 불신과 두려움을 만들 뿐"이라며 "현장에 있는 직원들과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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