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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트렌드 보고서] 시대를 반영한 선물세트史

  • 2016.01.28(목) 11:36

설탕·비누에서 드론까지..2000년대 이후 양극화

▲ 이마트의 2016년 설선물 카탈로그. 눈에 잘 띄는 앞페이지에 와인이 배치돼있다.

 

이마트의 설선물 카탈로그에는 한과세트가 없다. 아이들의 입맛이 바뀌고 차례를 지내는 가구도 줄면서 한과세트 수요가 예전만 못해 뺀 것이다. 젓갈류도 사라졌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염도가 높은 반찬인 젓갈을 꺼리면서 카탈로그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이들 선물세트가 빠진 자리를 올해는 와인이 차지했다. 이마트는 주목도가 높은 카탈로그 앞부분에 한우등심과 와인을 결합한 '콜라보레이션 세트'를 배치했다. 주류 선물세트를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도 양주와 전통주보다 많은 지면을 와인에 배정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선물세트도 시대가 흐르면 바뀌기 마련이다. 설선물로 드론이 등장하는 요즘 같은 때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6·25전쟁 직후 누구나 팍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시절에는 밀가루와 쌀, 달걀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1960년대에는 설탕, 비누, 조미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이 각광을 받았고, 1970년대에는 커피세트와 다양한 과자로 구성된 종합선물세트가 인기를 누렸다.

넥타이, 지갑, 벨트, 와이셔츠, 스카프 등 잡화용품이 주름잡던 때는 1980년대다. '마이카(my car)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등 중산층이 늘어난 게 선물세트에도 영향을 줬다. 정육세트나 과일, 참치 통조림 등이 보기 좋은 상자 안에 담겨 판매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1990년대에는 백화점 상품권이 등장했다. 뇌물로 악용되고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약 20년간 발행이 중단했던 백화점상품권은 1994년 발행이 재개됐다.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고르고 또 골랐던 명절 선물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백화점 상품권은 받고 싶은 선물 1위에 꼽힐 만큼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 1990년대 다시 발행되기 시작한 상품권은 과소비 조장 우려를 받았지만 지금은 받고 싶은 선물 1위에 꼽힐 만큼 명절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올해 새로 나온 갤러리아 상품권을 들고 있는 모습.

IMF 외환위기를 거친 뒤 2000년대부터는 선물세트도 양극화됐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고가제품은 더욱 고급화되고 대형마트에선 중저가 제품이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홍삼, 수삼 같은 건강식품의 인기가 치솟았다. 월급봉투는 가벼워지고 집값은 뛰는 등 고달픈 현실일수록 건강만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폭넓게 확산됐다.

2010년을 지나면서는 옥돔·킹크랩·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이 선물세트로 등장했다. 디저트 열풍에 힘입어 이성당, 성심당 등 유명 빵집의 상품을 선물용으로 사가는 사람도 늘었다. 선물세트의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송현민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수석바이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기 있는 선물세트는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디저트, 와인, 수입과일 등 품목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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