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비비고 한식반찬'. (사진=CJ제일제당) |
"나 때는 네 남편 임신하고도 명절때 차례음식에다 시댁식구들 먹을 것까지 혼자 다 마련했다."
21년차 주부 김윤신씨(48)는 아직도 결혼 후 맞은 첫 명절때 시어머니가 했던 말이 귀에 선하다. 김씨는 '차례음식에는 정성과 손맛이 담겨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말에 따라 명절에는 무조건 부엌으로 직행해 살다시피했다.
그러던 김씨가 변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집안에서 김씨의 입김(?)이 세지면서 차례상 위에 마트에서 사온 '동그랑땡'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는 "마트에서 파는 간편가정식 제품은 재료도 비교적 믿을 수 있고 맛도 집에서 만든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이번 설에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며느리들이 늘면서 식품·유통업계는 명절을 맞아 간편식 판매에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때 이마트 자체브랜드(PL)인 '피코크'의 간편가정식 매출은 전년대비 39% 늘었다. 특히 40~50대 고객비중이 64%에 달했다. 20~30대 젊은층은 물론 전통적인 명절문화에 익숙한 40~50대마저 간편식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차례음식을 직접 만들 때 쓰는 두부·고사리·당면 등의 식재료 매출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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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가격대가 높더라도 재료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청정원, 아워홈 등 식품업체들은 떡갈비, 동그랑땡, 잡채 등으로 구성한 가정간편식 제품을 내놓고 설 명절 고객몰이에 나섰다.
이러한 명절 간편가정식 열풍은 매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자사의 간편가정식 브랜드 '비비고 한식반찬'의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명절이 들어 있는 달(2월, 9월)에는 다른 달에 비해 월매출이 2~3배 가량 뛰었다고 전했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팀장은 "명절에 대한 개념이 형식과 예의는 갖추되 간소하게 하고, 가족끼리 여유를 즐기는 등 명절이 하나의 연휴 개념이 되면서 먹거리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