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가장 늦게까지 현역으로 활동한 국내 1세대 기업인인 신 총괄회장은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을 막지 못하고 건강이상설 등에 휩싸이며 경영활동을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롯데제과는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신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이번 주총을 끝으로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등기임원 자리에서 49년만에 물러나게 된다.
롯데제과는 신 총괄회장이 1967년 세운 회사로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기업이다. 그룹 지배구조에서도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리아 등 식음료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롯데가 롯데제과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차남인 신동빈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신 총괄회장의 퇴임은 형식적으로 임기만료(2016년3월21일까지)에 따른 것이지만 고령으로 더이상 이사직 수행이 어려운데다,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그룹내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신격호)의 위임을 받았다며 한일 양국에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신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황 실장은 신 회장을 20년 넘게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측근으로 꼽힌다.
롯데제과는 이와 함께 신항범 전무를 대신해 민명기 건과영업본부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임기가 끝나는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 교수 대신 박영호 서울대 미생물학 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신 총괄회장이 현업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장 이달 말 열리는 호텔롯데 주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으로,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임기는 이달 28일까지다.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을 굳이 재선임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 해임됐다.
현재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와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알미늄 등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롯데쇼핑과 롯데건설, 롯데알미늄에서의 임기는 내년까지 남아있다.
한편 롯데제과는 이번 주총에서 총 160억원을 주주들에게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배당금은 1만1270원으로 지난해(5200원)의 2배 수준으로 늘렸다.
또 액면가 5000원인 롯데제과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하는 안건도 주총에 상정된다. 롯데제과는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해 주식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