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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쌓인 홍삼 재고만 '1조'

  • 2016.04.18(월) 15:33

"6년 재배 홍삼 특수성 감안해야"

 

한국인삼공사(KGC)의 홍삼 재고가 급증했다.

 

‘정관장’ 브랜드로 유명한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재고는 한해 매출보다 많아졌다. 2000년대 건강식품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렸던 홍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창고에 홍삼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인삼공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고자산은 1조594억원을 기록했다. 1899년 대한제국 궁내부 삼정과에서 시작해 전매청,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이어지는 117년 역사에 재고가 1조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삼공사 재고는 한해 매출보다 많은 기형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작년 재고자산은 매출(9178억원)보다 1416억원 더 많다. 2014년 처음으로 재고자산이 매출보다 많아진 뒤 2년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재고자산회전율(매출을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은 0.94에 불과하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높을수록 좋은데, 1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다. 재고를 매출채권이나 현금으로 회수하는 데 1년이 넘게 걸린다는 얘기다.

재고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공품이다. 한국인삼공사는 계약재배를 통해 매입한 수삼을 쪄서 홍삼으로 만들어 놓는데, 홍삼이 바로 재공품에 해당한다. 작년 재공품 규모는 5632억원으로, 재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홍삼을 농축액으로 만든 반제품도 3743억원에 이른다.

 

한국인삼공사 매출은 2011년을 정점으로 정체된 반면 재고는 2011년부터 급증해 작년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재고는 2014년부터 매출보다 커진 상황이다. [단위 억원]

한국인삼공사의 재고자산은 2011년까지 적정수준을 유지했다. 2006년 재고자산은 2000억원대 수준이었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3000억~4000억원대에 머물렀다. 2011년 한국인삼공사가 매출 9401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낸 해에도 재고자산은 479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2년 빨간불이 켜졌다. 2012년 매출은 전년보다 11.5%(1082억원) 감소했지만, 재고자산은 오히려 32.5%(1558억원) 늘었다. 재고자산은 4793억원(2011년), 6351억원(2012년), 7727억원(2013년), 8926억원(2014년), 1조594억원(2015년) 등 매년 급증했다. 반면 매출은 9401억원(2011년), 8319억원(2012년), 7848억원(2013년), 8128억원(2014년), 9178억원(2015년) 등 정체되고 있다.

홍삼 재고는 한국인삼공사 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협홍삼 재고자산도 급증하고 있다. 농협홍삼 작년 재고자산은 1252억원으로 한해 매출(74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재고자산은 2009년부터 6년째 매출을 앞지르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인삼공사 측은 홍삼 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재고가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홍삼을 얻기 위해선 최대 8년을 준비해야 한다”며 “올해 구입하는 홍삼은 6년 전에 사전 계약한 물량으로, 필요할 때만 홍삼을 구입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고를 타이트하게 가져가면 나중에 수요가 증가해도 홍삼을 가져올 곳이 없다”며 “적정한 재고가 필요한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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