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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톡톡]언니 옷장 속 '톰보이'..부활하기까지

  • 2016.08.31(수) 07:00

창업주 타계후 주인잃고 휘청
새주인으로 신세계 만나 변신

▲톰보이의 지난 1993년 TV광고 속 장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40~50대 여성들의 기억속에서 '톰보이'는 세련되고 독특한 브랜드로 각인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학교 시절 언니 옷장에서 몰래 톰보이 옷을 꺼내 입고 다니면 다들 부러워했다'는 추억담이 회자된다.

지금이야 다른 브랜드에 자리를 내줬지만 1990년대 당시 톰보이 명동 직영점은 고객들이 연일 줄을 서는 바람에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할 정도로 손님이 넘쳤다.

톰보이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1993년 '천만번을 변해도 나는 나, 이유같은건 없다. 더 톰보이(The Tomboy)'라는 문구의 TV광고다. 톰보이는 이 광고로 개성을 추구하는 신세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으면서 유행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앞서 톰보이가 문을 연 것은 지난 1977년이다. 창립자인 고(故) 최형로 회장은 다소곳하고 조용한 여성의 이미지보다는 중성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톰보이'라는 이름을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톰보이란 남자아이 옷을 입고 소년들과 어울려 노는 소녀를 일컫는 말이다.

재래시장의 저가 의류와 양장점에서 맞춰 입는 맞춤복이 대세였던 1970년대, 톰보이는 국내 브랜드로는 최초로 청바지와 맨투맨 티셔츠를 내놓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톰보이는 여성복이지만 청바지를 기본으로 재킷과 코트 등을 배치하며 소년과 같은 이미지로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톰보이는 세월이 흐르며 중성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여성 캐주얼, 청바지 브랜드, 캐주얼 브랜드 등으로 모습을 조금씩 바꿔 살아남는다. 특히 1998년 IMF 외환위기 시절에는 소비가 줄면서 저가 패션에 대한 수요가 늘고 톰보이와 같은 중가 브랜드가 경쟁력을 잃자, SPA 브랜드인 '자라'를 롤모델로 삼아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2004년 톰보이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여성복 캐주얼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여성브랜드의 평균 수명이 3~4년 정도인 것에 비하면 톰보이와 같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브랜드는 매우 드문 편이다.

승승장구하던 톰보이의 사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창업주인 최 회장이 타계한 후다. 주인을 잃은 톰보이는 실적이 나빠지면서 휘청거리다 결국 2009년 패션사업에 문외한인 증권사 출신 M&A전문가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어 자금난을 겪던 톰보이는 결국 2010년 최종 부도 처리됐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뻔했던 톰보이가 살아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톰보이의 지분 97.1%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주인이 됐다. 망한 브랜드에 새생명을 불어넣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지만 톰보이처럼 40년 가까운 역사를 구축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패션업계에서 몇 안되는 오랜 전통을 가진 톰보이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톰보이가 부활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톰보이는 지난 2012년 19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860억원으로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매출 950억원, 오는 2020년에는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향후에는 기존의 반항적이고 소년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던 톰보이의 전통을 '스튜디오 톰보이'로 이어나가되,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가미한 제품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리뉴얼한 '스튜디오 톰보이' 첫 매장은 내달 1일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에 문을 연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는 중성의 강한 이미지가 강조됐다면, 앞으로는 부드러운 여성성을 반영한 신세계의 색을 톰보이에 입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톰보이는 최근 리뉴얼을 통해 기존의 소년적인 이미지를 살린 '스튜디오 라인' 제품(왼쪽)과 여성성을 가미한 '아틀리에 라인' 제품(오른쪽)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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