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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톡톡]박카스, 광고에 웃고 광고에 울다

  • 2016.08.23(화) 15:30

브랜드 이미지 각인시킨 주역은 '광고'

기업은 좋은 상품·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린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 모든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다. 오히려 상품·서비스 각각의 장점 보다는 하나의 일체화된 이미지, 즉 브랜드를 인식하는게 일반적이다. 결국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다양한 브랜드 전략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살펴본다.[편집자]

 

▲1960년대 박카스 '토끼와 거북이' TV광고 장면. 박카스 홈페이지(http://www.bacchusd.com/gallery/cf_list.jsp)를 방문하면 박카스 광고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출처=동아제약]

 

"아이고~, 내가 토끼에게 속았구나, 아이고~, 아이고~." (거북이)
"걱정 마라, 착한 거북아. 이 박카스를 용왕께 갖다 드려라." (산신령)

 

토끼를 놓치고 통곡하는 거북이 앞에 산신령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돌연 나타난다. 산신령은 거북이에게 박카스를 건네며 달랜다. 거북은 간 대신 박카스를 등에 태우고 용궁으로 신나게 헤엄쳐 간다.

 

동아제약이 '토끼와 거북이'의 줄거리를 토대로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해 지난 1963년 선보인 TV광고 내용이다. 지금은 텔레비전이 집에 한대씩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만해도 텔레비전은 마을에 한 대 꼴로 있을 만큼 몸값이 비쌌다. 동아제약은 1963년 박카스를 출시하면서 라디오, 신문, 잡지, 옥외광고는 물론 텔레비전까지 섭렵하며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쳤다. 즉 '박카스'란 브랜드 이미지는 광고로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제약은 당시 독일로부터 최신 제약기기를 들여오며 3년간 빚에 쫓기고 있어 박카스에 회사의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로마 신화 속 술의 신(바쿠스)의 이름을 본떠 박카스의 이름을 직접 지으며 공을 기울였다.

 

위기의 순간 박카스는 광고에 힘입어 동아제약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출시 1년만인 1964년 박카스는 판매량 670만병을 기록하며 드링크제 시장에서 단숨에 1위로 뛰어 올랐다. 자금난에 숨통이 트인 동아제약은 제품 발매 4년만인 1967년에는 제약업계 정상에 올라섰다. 한국능률협회는 "생사의 기로를 헤매던 동아제약은 박카스 덕분에 급성장을 거듭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아제약은 지난 2001년 발간한 '박카스 40년사'에서 "박카스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광고"라며 "광고 없이는 박카스 신화는 커녕 박카스라는 브랜드조차 생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박카스가 난관에 부딪친 것도 광고 때문이었다. 1976년 정부가 오남용을 부를 수 있다며 자양강장 드링크류의 대중광고를 금지하자 박카스의 성장세가 주춤했던 것이다. 1991년부터 3년간은 광고가 가능한 경쟁사 음료제품에 밀려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그러던 박카스가 재도약의 기회를 맞은 것은 1993년이다. 광고금지 조치가 풀리자 동아제약은 TV광고 '새 한국인' 시리즈를 제작해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새 한국인' 시리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며 1994년 박카스의 매출액을 1000억원대로 끌어 올린다.

 

▲동아제약이 지난 1993년 선보인 '새한국인' 광고의 일부. 늦은 저녁 버스종점에 도착한 버스운전 기사가 버스 안에서 피곤에 지쳐 잠든 학생을 깨워 격려한다는 내용이다. [출처=동아제약]


중장년층을 박카스의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 동아제약은 20~30대 젊은층으로도 고객층을 넓히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동아제약이 IMF 외환위기때인 지난 1998년부터 올해까지 19년째 진행하고 있는 '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대표적이다. 참가자들이 21일에 걸쳐 전국 약 600km를 걸어서 완주하는 이 행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도전과 패기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동아제약은 최근 국토대장정 대학생의 모습을 제품 겉면 포장지에 그려 넣은 '박카스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젊은층이 자주 오가는 강남과 종로 버스 정류장에 피로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박카스 셀프 스캐너'도 설치했다.

 

해외에서도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박카스 매출은 2011년 52억원에서 지난해 490억원으로 9배 넘게 성장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1960년대 시절, 직장인들의 피로해소를 돕는다는 국내의 광고 전략을 도입해 캄보디아에서 TV와 옥외간판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한 것이 매출 상승에 주효했다는 것이 동아제약 측의 설명이다.

 

해외에서의 박카스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동아제약이 국내외에서 박카스로 벌어들인 금액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 팔린 박카스는 약 192억병이다. 판매된 병을 일렬로 눕히면 지구 57바퀴를 돌 수 있는 셈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1960년대 먹고사는 것이 힘든 시절부터 1990년대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그리고 현재에도 박카스 광고는 시대상을 반영해 보는 이들에게 활력을 주고자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올해 박카스 TV광고에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생의 평범한 일상이 담겼다. [출처=동아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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