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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톡톡] 18년간 간직한 콜라독립의 꿈

  • 2016.09.08(목) 10:01

다시 돌아온 815콜라, 이번엔 웅진식품이 도전장

▲ 코카콜라에 맞서 '콜라독립'을 꿈꿨던 815콜라가 세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사진 왼쪽부터 1998년 범양식품이 내놓은 '콜라독립 815', 2014년 프로엠이 출시한 815콜라, 올해 웅진식품이 새롭게 선보인 815콜라.

 

'콜라독립'을 외치며 등장한 815콜라가 세번째 도전에 나섰다. 웅진식품은 이달 1일부터 주요 케이블 채널을 통해 815콜라 광고를 시작했다.

815콜라가 처음 나온 건 IMF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시름에 젖은 1998년 4월이다. 충청과 영남권에서 코카콜라의 원액을 공급받아 생산하던 범양식품이 코카콜라의 라이선스 회수로 더이상 콜라를 생산할 수 없게 되자 독자적으로 내놓은 브랜드가 '콜라독립 815'다.

 

당시 범양식품을 이끌던 박승주 회장은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심경을 알 것 같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코카콜라와 펩시가 점령한 콜라시장이었지만 815콜라는 승승장구했다. 장롱 속 금붙이를 십시일반 모아 국난을 극복하던 때라 토종콜라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815콜라는 출시 이듬해 국내 콜라시장의 13.7%를 차지했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반격 ▲맛조절 실패 ▲가격인상 등이 겹치며 소비자들이 이탈했다. IMF 조기 졸업으로 애국심에 기댄 마케팅이 한계에 봉착한 것도 815콜라의 입지를 좁혔다. 더는 버티지 못한 범양식품은 2003년말 부도를 맞았고 2005년 3월 파산했다.

회사는 사라졌지만 815콜라의 상표권은 남아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14년 편의점에 음료제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인 프로엠이 815콜라의 판권을 빌려 제품을 출시했다. 당시 815콜라의 판권은 동부팜가야가 갖고 있었다.

프로엠은 콜라캔의 표면을 태극무늬로 꾸며 애국심을 자극하면서도 톡 쏘는 청량감을 높인 콜라를 선보였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의 벽은 높았다. 윤정현 프로엠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산시장의 양대 산맥인 코카콜라와 롯데칠성(펩시 판매사)을 중소기업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18년전 품었던 콜라독립의 꿈은 지난해 10월 동부팜가야를 흡수합병한 웅진식품이 이어받았다. 애국심을 고취하던 과거 콘셉트와 달리 제품 전면에 캐릭터를 넣어 재기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콜라독립이라는 슬로건도 'Feel the freedom(자유를 느껴라)'으로 바꿨다. 회사측은 소비자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맛도 코카콜라와 펩시 못지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카콜라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코카콜라를 생산·유통하는 곳은 코카콜라음료㈜라는 회사다. LG생활건강이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해 탄산음료 판매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그 대가로 코카콜라측에 원액구입비 명목으로 1800억원을 지급했다. 10년 전에 비해 700억원 가량 늘었다.

 

130년 전인 1886년 만든 원액제조법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콜라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코카콜라와 그에 맞서 세번째 도전장을 내민 815콜라. 어느쪽 손을 들어줄지는 다시 소비자의 몫으로 남았다.

◆에필로그

콜라독립은 쉽지 않았다. "독립운동가의 심경을 알 것 같다"던 박승주 범양식품 회장은 '콜라독립 815'가 날개돋친듯 팔리자 한눈을 팔았던 것으로 보인다. 1999년 4월 <연합뉴스>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지난해 '815' 콜라를 출시, 콜라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범양식품의 박승주 회장은 요즘 콜라사업보다는 '선친의 실지(失地)회복'이라는 회사밖 일에 여념이 없다. (중략) 비서실조차 연락이 안될 정도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815콜라' 지속 성장 가능할까, 1999년 4월19일.

박 회장은 범양상선의 창업자인 고(故) 박건석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법정관리 졸업을 앞둔 범양상선을 되찾으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뒤 범양식품이 쓰러지자 박 회장은 2007년 자신이 살던 집마저 경매로 넘어가는 불운을 겪는다. 서울 성북동 대사관로 소재 박 회장의 집은 당시 주택경매 사상 최고가인 67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이 집을 낙찰받은 이는 국내 최대 편의점업체를 이끌고 있는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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