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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묻지도 않고 OK한 아이템은?

  • 2018.07.03(화) 14:39

오리온, 간편대용식 시장 진출…'그래놀라' 출시
농협의 국산 농산물 사용…맛과 건강 모두 잡아

"2년 전이었을 겁니다. 농협에서 찾아와서 우리 농산물로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제의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만들지, 뭘 할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오케이했습니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마켓오에서 열린 '마켓오 네이처'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간편대용식 시장 진출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냈다. 그는 "농협의 우수한 농산물과 유통망, 여기에 오리온의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접목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단 승낙은 했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었다. 자칫 농협을 상대로 공수표를 날릴 수도 있었다. 국내외 시장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때 허 부회장의 눈에 띈 것이 '그래놀라'다. 가까운 일본에서 간편 대용식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그래놀라는 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국내 식품 시장은 일본 시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간편대용식 시장을 선점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을 했다.

허 부회장은 "우리 국민들의 기대 수명은 8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식습관이 바뀌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원물로 만든 그래놀라가 큰 인기다. 일본만 해도 시장 규모가 4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간편 대용식 시장은 아직 작다. 그마저도 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허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오리온은 농협과 손잡고 간편대용식 시장에 진출키로 했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글로벌 종합 식품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그룹의 비전과도 맞아떨어졌다. 간편대용식은 오리온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오리온은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농협이 제공하는 우수한 우리 농산물에 오리온만의 기술력이 만나 충분히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의 간편대용식 브랜드는 '마켓오 네이처'다.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간편하게 건강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첫 작품은 그래놀라다. 그래놀라는 오트밀과 보리, 현미, 옥수수 등을 중심으로 한 곡물에 코코넛과 견과류, 말린과일 등을 설탕이나 꿀, 메이플 등의 시럽, 식물성 기름과 섞어 오븐에서 구운 것을 말한다. 보존이 쉽고 조리가 필요 없다.

검은콩, 과일, 쌀 등 그래놀라의 주원료는 농협이 제공한다. 국산 농산물 및 곡물, 채소 등을 원물 그대로 가공해 만들었다. 총 3가지 형태의 제품을 내놨다. '오!그래놀라' 3종(검은콩, 과일, 채소)과 '오!그래놀라바' 3종(검은콩, 무화과베리, 단호박고구마)을 우선 출시한다. 오는 9월에는 파스타를 재해석한 원물 요리 간식 ‘파스타칩’ 2종(머쉬룸 크림, 오리엔탈 스파이시)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리온이 '마켓오 네이처'를 출시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맛과 영양의 밸런스다. 농협의 쌀을 가루로 만들어 바삭함을 살렸고 국내산 자연곡물을 원물 그대로 사용했다. 과일은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껍질도 그대로 들어간다. 단맛은 사과즙이나 단호박즙을 사용했다. 맛과 건강함을 동시에 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영복 오리온 연구소 상무는 "원물을 중심으로 가공을 최소화했다. 첨가보다는 자연에서 나오는 맛을 강화했다. 가공을 위해 들어가는 첨가물은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은 다른 시리얼의 3분의 2수준이다. 자연스러운 단맛 기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포장도 신경 썼다. 보관이 쉽고 먹다가 남겨도 오랜 시간 동안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이지 락(easy lock)'지퍼를 사용했다. 유럽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오리온만 사용하고 있다. '마켓오 네이처' 그래놀라 제품의 유통기한은 1년이다. 그래놀라 자체에 수분 함량이 높지 않아 곰팡이나 미생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오리온의 설명이다. 더불어 오븐에 굽기 때문에 멸균 효과도 있다.

'마켓오 네이처'의 그래놀라 함유량은 현재 국내 시판 중인 그래놀라 제품보다 월등히 높다. 여타 제품의 그래놀라 함유량은 30~70% 수준이다. 반면 '마켓오 네이처'의 그래놀라 함유량은 85~90%다. 귀리 등 곡물의 영양소를 최대한 온전히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서명희 오리온 신규사업 부문 마케팅팀장은 "'마켓오 네이처' 그래놀라는 영양과 원산지, 원물을 강조한 제품인 만큼 품질도 차별화했다"고 강조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관심사인 가격은 경쟁 제품보다 다소 비쌀 것으로 보인다. 서 팀장은 "가격은 유통처에서 결정하는데 대용량 제품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약 7000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좋은 원물을 사용한 만큼 노 세일(No Sale) 정책을 유지할 생각이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성비를 따지기보다는 제대로 된 한끼 식사 대용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워킹맘이나 1인 가구가 주요 타깃이다"라고 밝혔다.

오리온은 '마켓오 네이처'를 위해 지난 2016년 농협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이후 경상남도 밀양에 전용 공장도 설립했다. 밀양공장은 그래놀라 전용 공장으로 국내 최초로 그래놀라 생산 전공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기존의 그래놀라 제품은 그래놀라를 수입해 콘플레이크와 섞어서 사용한다.

오리온은 '마켓오 네이처'를 향후 5년 내 연 매출 1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간편대용식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에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서 팀장은 "단순히 글로벌 유통망에 제품을 얹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동안 오리온이 현지화를 잘 해왔던 만큼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해외에도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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