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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건담 손바닥에 몸을 싣고'…현대百 VR스테이션

  • 2018.11.29(목) 17:37

현대백화점, 강남에 국내 최대 규모 VR 테마파크 오픈
백화점 업계 VR 경쟁…체험공간으로 고객 끌어들이기

▲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IT기업인 현대IT&E가 오는 3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오픈하는 VR 스테이션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건담이 손을 내밀면 걸어가셔서 탑승하시면 됩니다. 건담 손가락을 꼭 끌어안으셔야 하고요. 혹시 고소공포증이 있으신 분은 미리 말씀해주세요. 괜찮으신가요?"

'건담 손바닥' 역할을 하게 될 의자가 바닥에 놓여 있고, 그 옆에는 건담의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봉이 하나 보였다. 그런데 아무리 '현실적'이라고 해도 가상현실(VR) 기기에 불과한데 고소공포증을 걱정하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일단 '괜찮다'고 답했다. 안내 직원은 여기에 덧붙여 진지한 표정으로 "의자 깊숙이 앉으셔야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해주기까지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헤드셋을 써서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갑자기 편안했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건담이 굉음을 내며 손을 내밀자 거기에 부딪힐까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천천히 걸어가 건담 '손바닥'에 몸을 실은 뒤에는 힘을 줘서 '손가락'을 꼭 안았다. 건담이 공중으로 끌어올려주니 잘못했다가는 떨어지겠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IT기업인 현대IT&E가 오는 3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오픈하는 가상현실(VR) 스테이션을 찾았다.

'VR스테이션 강남점'은 총 4층의 공간에 1200평(3960㎡)으로 조성했다. VR체험 공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120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 기존에 접할 수 있던 콘텐츠뿐만 아니라 드래곤볼과 에반게리온, 건담 등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의 VR 콘텐츠로 구성된 기기들이 들어서 있다.

이 업체는 국내에서도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드래곤볼이나 마리오 카트, 에반게리온, 건담 등을 활용해 일본 최대 규모의 VR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VR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 사진=나원식 기자

마리오 카트 VR은 실제 카트에 탑승해 아이템을 손으로 잡아가며 레이싱하는 방식이다. 드래곤볼 VR에선 에네르기파(장풍)를 쏘며 상대와 싸운다. 실제 조종석에 탑승해 적과 전투를 하는 에반게리온 VR 등 이용자가 실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나 만화 속 주인공이 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3층에 자리 잡은 'VR 시네마'에선 영화 '신과 함께'를 콘텐츠로 제작한 VR을 상영하고 있었다.

안내 직원들이 "지옥 열차에 탑승하겠습니다"라고 외친 뒤 헤드셋을 쓰자 저승세계에서 이승으로 돌아가는 모험이 펼쳐졌다. 영화 속 '해원맥' 역을 맡은 주지훈과 '덕춘' 역인 김향기의 목소리로 현실감이 더해졌다.

VR시네마 옆 미디어아트 홀 공간도 눈에 띈다. 약 56평의 공간 중 천장을 제외한 전·후·좌·우·바닥 등 총 5면에서 콘텐츠가 펼쳐지는 구조다. 강남대로에서 시작해 우주를 거쳐 다른 행성으로 가는 VR 체험을 할 수 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반응하는 '상호작용' 요소를 적용해 재미를 더한다.

이밖에도 2층과 3층에는 국내 VR 콘텐츠가 들어섰다.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 VR기업이 만든 서핑, 총싸움 등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대규모 VR 테마파크는 최근 백화점 업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점점 온라인으로 쏠리는 고객들을 VR 등 체험 공간을 통해 밖으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뿐만 아니라 경쟁사들도 저마다 VR 체험 공간을 만들며 경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강남점을 시작으로 오는 2020년까지 전국 주요 광역 상권에 10개 이상의 VR 스테이션을 오픈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은 하루에 최대 5000명까지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VR 테마파크"라며 "다양한 콘텐츠로 국내를 대표하는 VR 명소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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