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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신세계와 현대百의 '강남 사랑'

  • 2018.11.16(금) 15:15

강남에 잇따라 면세점 개점…관광 수요 만드느라 분주
사드 보복 전 '통 큰 공약'…강남 관광 인프라 조성될까


요즘 유통업계엔 유난한 '강남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두 기업이 있는데요. 바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그 주인공입니다. 강남권의 볼거리나 미식, 쇼핑 정보 등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유명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 컨텐츠 크리에이터)와 손잡고 홍보 콘텐츠를 만드는 식입니다.

강남구나 서초구, 한국관광공사 등이 해야 할 일을 왜 민간업체들이 열심히 앞장서고 있을까요? 게다가 강남이라면 이미 내로라하는 '핫플레이스'인 것 같은데 말이죠.

두 기업은 올해 강남지역에 면세점을 오픈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강남점을 열었고요.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이달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서 면세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강남지역의 경우 관광지로 따지면 그동안 '불모지'로 여겨질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명동 거리나 동대문 시장, 인사동, 남산, 경복궁 등이 몰려 있는 강북이 관광지로는 훨씬 앞서고 있는 겁니다.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2017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를 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장소 1위는 명동으로 방문율이 무려 78.4%를 기록했습니다. 10명 중 8명은 명동을 꼭 한 번씩 가본다는 뜻입니다.

 

동대문 시장(56.8%), 경복궁 등 고궁(39.0%), 남산(36.6%), 남대문 시장(31.3%) 등이 뒤를 이었는데요. 모두 강북지역이 방문율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강남지역에서 10위권에 속한 곳은 강남역(28.3%) 정도가 유일합니다.

결국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은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하는 셈입니다. 강남지역을 새로운 관광 명소로 만들려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이미 관광객이 많은 강북지역 면세점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장충동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명동에 있는 롯데면세점 소공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순으로 방문객이 많았습니다. 강남에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전체 6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7600명이었는데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1783명이라고 하니 강남과 강북의 '빈부 차'가 꽤 큽니다.

그렇다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왜 굳이 강남을 선택했을까요? 우선 강남지역에 면세점을 만들겠다며 도전했던 2016년 당시 면세점 업계의 노른자 땅이던 강북지역은 이미 포화상태였습니다. 이 와중에 이들이 가세하면서 지난 2015년 6곳에 불과하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이제 13곳으로 늘면서 '무한경쟁' 시대를 맞았습니다.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강남권 도전이 무모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급증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온기가 남아 있을 때였으니까요. 지난해 3월 본격화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이 정도로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리라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실제 당시 이들은 면세점 면허만 주면 인근지역 관광 인프라를 만들고, 사회 환원을 늘리겠다는 등 호기롭게 공약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센트럴시티 인근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드는 데 5년간 3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고요. 현대백화점의 경우 강남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에 300억원, 지역문화 육성 및 소외 계층 지원에 200억원 등 5년간 총 500억원의 재원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면세점 개점 초기엔 아무래도 적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대규모 투자 공약까지 내놨던 건 그만큼 기대감과 자신감이 컸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뚝 끊겼고, 결국 이들은 한 차례 면세점 개점을 연기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올해 일단 문을 열고 분주하게 강남 알리기에 나선 겁니다.

다행히 악조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단 중국이 조금씩 사드 보복 조치를 풀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 여행사엔 한국행 단체여행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제한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면세점 입장에선 '큰손'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셈입니다.

강남지역을 찾는 관광객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과 비교해보면 강북지역의 전통적인 관광지 방문율은 다소 낮아졌거나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습니다. 반면 강남역과 코엑스의 경우 눈에 띄게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흔히 싼커라고 불리는 젊은 층 위주의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이 강남을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와 지자체 등 관 중심의 홍보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이 한국의 쇼핑, 의료, 문화 중심지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관광객의 발걸음은 강북으로 향했는데요. 이젠 민간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이들의 '강남 알리기'가 성공해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이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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