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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큰 손' 따이공의 명과 암

  • 2018.10.17(수) 16:48

유커 빈자리 따이공이 메워…면세시장 '좌지우지'
업계, '수익성 악화 VS 수익구조 조성' 의견 팽팽


면세점 업계에서 '따이공(代工)'은 '큰 손'으로 통한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후 발길이 끊긴 유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다. 면세점 업체들이 과거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유커에 의존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따이공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덕분에 국내 면세점들은 유커의 부재에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따이공의 영향력 확대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따이공의 구매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서다. 매출은 늘어나지만 각종 수수료 등을 빼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반면 따이공의 구매액과 규모가 이제는 일정 수준을 넘어 올해부터는 수익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큰 손'이 된 따이공

따이공은 구매대행 상인이다. 한국에서 면세물품을 구입해 중국에 판매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실 따이공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들이 한국을 찾지 못하면서 따이공이 급격히 증가했다. 유커의 목적은 주로 쇼핑이다. 하지만 유커의 한국 방문이 차단되자 한국 상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방문은 어려워도 쇼핑 수요는 여전했다. 따이공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417만 명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50% 수준이다. 이 탓에 면세점 업체들의 수익이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 규모는 오히려 전년보다 21% 늘어난 128억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매출처였던 유커가 빠졌음에도 시장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유커의 자리를 따이공이 대신 채웠기 때문이다.

▲ 자료 : 한국면세점협회 (단위:억달러).

유커의 쇼핑 수요를 따이공들이 채우면서 따이공의 1인당 구매액도 급격히 늘었다.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외국인 1인당 면세매출은 2016년 370달러에서 지난해 624달러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746달러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유커의 방한이 제한되는 한 앞으로 따이공들의 구매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이공들은 외국인이다. 따라서 구매 한도가 없다.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해 중국으로 들여간다. 중국으로 들여가는 루트도 여러 가지다. 중국의 여행자 면세한도는 8000위안(한화 130만원)이다. 하지만 중국 세관도 이를 일일이 다 검사하지는 못한다. 이런 맹점을 이용해 따이공은 한국에서 더 많은 면세품을 구입해 중국에 유통하고 있다. 

◇ 빛 좋은 개살구?

최근 따이공들은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면세점이나 화장품 업체 등이 자체적으로 따이공의 무차별적인 대량 구매에 다른 폐해를 막기 위해 인당 판매 갯수 제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자 따이공들은 아예 아르바이트생 등을 따로 고용해 대응하고 있다. 매일 아침 시내면세점 정문에 따이공들이 길게 줄을 서서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면세점 업체의 입장에서 따이공은 '계륵'이다. 매출을 올려주는 것은 좋지만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면세점 업체들은 따이공 유치를 위해 각종 당근을 제시했다. 주요 매출처였던 유커가 빠졌으니 그 자리를 대체할 필요성이 컸다. 대량으로 구매하는 따이공들은 VIP로 모셨다. 구매금액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했다. 따이공을 몰고 오는 여행사들에도 구매액의 악 5~30%를 송객 수수료를 지급했다.

▲ 따이공들이 이른 아침부터 면세점 개장을 기다리고 있디.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그 탓에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수익성은 크게 나빠졌다. 표면적으로는 유커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지만 이면에는 따이공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면세사업자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늘거나 비슷했는데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한 대형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따이공의 증가와 구매력 확대가 전체 면세점 시장은 물론 면세점 업체의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맞다"며 "하지만 VIP 혜택과 여행사 송객수수료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따이공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면세점 업체들의 협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따이공 구매력 급증…수익구조 갖췄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제 따이공들의 구매력이 면세점 업체들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고전하던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실적은 올해 들어 일제히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까지는 따이공 유치를 위해 면세점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펼쳤지만 올해는 업계 내부적으로 자정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따이공의 구매력도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따이공 구매가 더욱 확대되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47% 증가한 86억달러를 기록했다. 눈여겨볼 점은 상반기 국내 면세점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2%로 오르면서 지난해 -0.5%와 비교해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면세점 업계와 여행사 간 송객 수수료율 인하와 인천공항공사의 면세점 임대료 인하 등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따이공들이 시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따이공의 구매 규모가 각 면세점 업체들의 고정비 회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올해 실적 호전을 가져온 주요 원인으로 본다. 즉 따이공들의 구매력이 급상승하면서 면세점 업체들이 따이공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고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작년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이제는 따이공을 통한 수익 창출 구조를 일정 부분 갖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따이공의 영향력은 언제까지 지속할까. 업계에서는 상당기간 국내 면세점들이 따이공에 의존하는 구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제한조치가 풀리지 않는 한 따이공은 계속 면세점 업계의 큰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면서 "최근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라는 변수가 등장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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