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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늘린다고 관광객이 늘어나나?

  • 2018.12.19(수) 09:10

정부, 관광 활성화 위해 내년 신규 면세점 설치
"앞뒤 바뀐 정책…관광객부터 늘어야" 업계 반발


정부가 내년 중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하면서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사드 보복의 여파로 보따리상 위주의 '기형적'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여전한데 면세점을 더 늘리는 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내세운 관광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정부, 내년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


정부는 지난 17일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서울 등을 중심으로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편의를 제고해 한국 방문을 활성화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기재부는 관세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신규 특허 요건을 완화하기로 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지자체별 면세점 매출이 전년보다 2000억원 이상 늘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과 비교해 20만 명 이상 늘어나면 대기업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하기로 했다. 두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신규 특허를 내줄 수 있다는 방침이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기존에는 '전국 시내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이용자 수 50% 이상'과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 증가수 30만 명 이상' 두 요건을 동시 충족해야 했다.

올해 국내 면세점 매출이 이른바 '따이공(代工·보따리상)'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에 면세점 추가 허용 가능성이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면세점 매출은 15조 7000억원가량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인 14조원을 이미 넘어섰다.

◇ 기존 면세점 "따이공 위주 매출로 수익성 악화"

기존 면세점 사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신규 면세점 추가 설치의 근거로 기존 면세점의 매출 증가를 내세우고 있는데,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매출 증가는 주로 따이공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보따리상들이 유커의 쇼핑 수요를 대신 채우고 있다. 이들이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해 중국으로 돌아가 유통하고 있는 구조다.

특히 따이공들의 경우 매출을 올려주기는 하지만 구매금액의 5~30%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관행 탓에 수익성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기존 면세점 업체들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사드 보복 이후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사드 이전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했던 중국 단체관광객의 경우 아직 뚜렷한 회복세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들어와야 매출은 물론 수익성도 회복된다"라며 "아직 시장이 '정상화'하지 않았는데 경쟁을 더 부추기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 "면세점 늘린다고 관광객 늘어나나" 비판도


정부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면세점 추가 설치를 공언했다는 점 역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관광객이 늘어난 뒤에 면세점을 추가하는 게 '상식적인' 절차인데 이번에는 앞뒤가 바뀌었다는 비판이다.

실제 과거엔 주로 관광객이 늘어난 후에 수요를 맞춰야 한다며 신규 면세점 설치 방안을 내놓곤 했다. 가장 최근에 면세점을 추가로 내줬던 지난 2016년에도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이 얼마냐 늘었느냐가 쟁점이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특히 서울시내 면세점의 경우 지난 2015년 6개에서 현재 13개로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은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정부가 내세운 것처럼 관광객의 편의가 다소 나아질지는 몰라도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경쟁이 심해지면 대기업만 살아남고 중소·중견 면세점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수수료 경쟁을 하는 탓에 중소업체들은 점점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라며 "상황이 어려운데 경쟁을 더 부추기는 건 오히려 기존 대기업들의 점유율만 더 높여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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