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에서만 신규 면세점 3곳을 더 내주기로 하면서 면세점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면세점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기업 면세점 위주로 시장이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더 치열해지는 경쟁…"시장 재편 가속화"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5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서울에 최대 3곳, 인천과 광주에서 각각 1곳을 추가로 열 수 있게 됐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특허는 충남에 1곳을 추가하고, 서울에선 특허 수 제한 없이 개별 기업의 신청을 받아 심사 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 대기업 시내면세점은 기존 10곳에서 최대 1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전국 시내면세점의 경우 26곳에서 32곳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미 '포화' 상태인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더 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신규 특허를 3개나 내준 것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 '자율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에선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경쟁력 있는 업체는 매출이 크게 늘며 몸집을 불리고 있는데 반해 나머지 면세점들은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아예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면세점 매출의 87%가량을 롯데(37.8%)와 신라(31.1%), 신세계(17.9%) 등 이른바 빅3가 챙겼다. 반면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지난 3년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로 철수를 선언한 상태다. 두타면세점과 동화면세점 등도 수백억원의 누적손실에 시달리고 있다.
한 대기업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는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면서 "그간 진행돼왔던 시장 재편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현대百, 강북 진출 '눈독'…빅3는 눈치싸움
업계에선 일단 현재 강남에만 점포가 있는 현대백화점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이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의 '중심'인 강북에 점포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다 점포를 늘려 브랜드와의 구매 협상력을 키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관세청 특허 심사에서 탈락해 면세사업을 접었던 SK네트웍스나 구매 협상력을 더욱 높여야 하는 두산의 두타면세점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눈치싸움을 하는 분위기다. 당장 점포를 늘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지만 경쟁사들이 신규 특허를 가져갈 경우 시장점유율을 뺏길 수 있어서다. 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명품이나 화장품 등 주요 품목 브랜드들과 구매 협상 과정에서 직접적인 변수가 된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고,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추가 점포를 내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경쟁사들이 나설 경우 업계 구도가 달라질 수 있어 눈치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