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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적자' 면세점에 2500억 넣은 이유 

  • 2019.08.26(월) 09:53

오픈 이래 매 분기 적자에도 계속 출자
면세점 특허권 추가 획득·명품 입점 필요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실적이 신통치 않아서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소위 빅3 위주로 재편돼있다. 경쟁도 치열하다. 후발주자인데다 시내면세점은 한곳만 보유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면세점으로선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 성공에 대한 의지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면세점에 추가 출자를 단행했다. 반면 업계에선 현대백화점 면세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한다면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사업으로 의미 있는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 깊어지는 부진의 늪

현대백화점은 작년 11월 면세점을 오픈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층부터 10층까지, 총면적 1만 4250㎥(약 4311평) 규모로 면세점을 조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6년 면세점 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면세점 업계가 휘청대자 오픈을 미뤘다. 대신 2년간의 시간 동안 꾸준히 면세점 사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오픈 당시 "기존 면세점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풍부한 인프라와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로 '고품격 라이프 스타일 면세점'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오는 2020년 면세점 매출 1조원 달성이란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현대백화점이 갖고 있는 럭셔리 이미지를 앞세워 백화점과 면세점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생각이었다.

단위 : 억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오픈 이후 지금까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4분기 25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43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매 분기 늘어나고 있지만 목표 달성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현대백화점 면세점에 필요한 것은 수익성 확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실적 부진은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탓에 유커들의 발길이 끊겼다. 대신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들이 핵심 고객으로 부상했다. 업체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 면세점으로서는 부담이다. 또 소위 빅3가 국내 면세점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 시내면세점 한 곳만으로 수익을 내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 계속 지원하는 이유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의 계속된 적자에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에 200억원을 추가 출자키로 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에 출자한 금액은 총 2500억원으로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이처럼 면세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 구조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유통사업 위주다.

하지만 최근 유통사업은 소비 트렌드 변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현대백화점그룹이 리바트와 한섬, 에버다임. 한화 L&C 등을 인수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면세점은 정부로부터 특허권을 받아야 한다. 진입장벽이 높다. 하지만 일단 진입한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작년 11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가운데)이 현대백화점 면세점 오픈 행사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대신 조건이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 면세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란 점포 수 확대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특허권을 따내야 한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들이 공항과 시내에 다수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면세점 특허권 입찰 때마다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가 면세사업 후발주자임에도 인천공항 면세점을 차지하면서 빅3로 도약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백화점이 잇따라 면세점 출자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재 관세청은 서울에서 시내면세점 3곳을 추가키로 한 상태다. 또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도 특허 입찰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일각에선 현대백화점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항공사업과 면세사업의 시너지를 감안하면 가능성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 늘리고 더해야 산다

하지만 업계가 현대백화점 면세점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면세점에서 수익성 확보의 기본 조건인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서다. 정부가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이 포화상태임에도 추가로 3곳의 면세점 특허를 내주려는 것은 자체 구조조정을 위해서다. 살아남을 곳만 살리겠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추가로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야 하는 이유다.

두산과 한화의 사례는 현대백화점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두산과 한화는 면세점이 한곳밖에 없다. 그 탓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데 실패했다. 결국 한화는 누적 손실만 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면세점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두산도 면세점 사업의 계속된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특허권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한화 혹은 두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사업 지원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본다. 면세점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해서다. 다만 현재 강남에 한 개뿐인 점포 외에 강북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현대백화점의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불어 빅3 면세점들과 견줄만한 명품 브랜드 입점 유치도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풀어야 할 큰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도 면세점 부진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그룹에서도 계속 면세점을 지원하려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야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강북에서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내고 3대 명품 브랜드 입점 등 콘텐츠 측면에서 변화가 없는 한 성과를 내기는 갈수록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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