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의 방송(SO)·통신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매각에 나선다. 케이블TV(SO)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대HCN은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떼내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에이치씨엔(신설법인)으로 분할한다고 30일 밝혔다.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이다. 현대퓨처넷은 상장법인으로 남고 기존 사명을 사용하게 된 신설 자회사 현대에이치씨엔은 비상장법인이 된다. 분할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현대HCN은 물적 분할과 동시에 신설 자회사인 현대에이치씨엔과 현대퓨처넷의 100% 자회사인 ㈜현대미디어에 대한 지분 매각 등 여러 가지 구조 개선방안 검토에 들어간다.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경우 다음달 중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회사 측은 매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진행 과정에서 정부 인허가 문제로 매각이 불허 또는 지연되거나 매각 조건 등이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철회할 계획이다. 이 경우 자체적으로 외부 투자 유치나 사업 제휴, 기술 협력 등을 통해 케이블TV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유료방송시장 구조 개편에 신속히 대응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 진출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SO, 8개)을 확보하고 있다.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약 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케이블TV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창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구도가 통신사업자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송·통신 사업부문 분할 및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기존 현대HCN이 보유한 현금에 추가 케이블TV 사업 매각 대금까지 활용해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이나 대형 M&A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퓨처넷은 앞으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와 기업 메시징 서비스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예정이다. 또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사업 영역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에다 추가 매각 대금도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HCN은 현재 4000억원 가까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방송·통신 사업부문 분할 및 매각 추진 검토는 급변하는 국내 유료방송시장 구조 재편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존속회사인 현대퓨처넷은 과거 케이블TV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앞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이나 M&A를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적극적으로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