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사업자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월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외국인 방문객 수도 크게 늘었다. 매출 규모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좋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그간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규제에 따라 국내 면세점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예상과는 달리 규제의 강도를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현재까진 시장의 우려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 되려 따이공 매출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지속하리라는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 월 매출 2조원 돌파…매달 신기록 경신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 1656억원으로 나타났다. 월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면세점 매출은 지난 1월 1조 711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데 이어 2월 1조 7415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달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외국인 매출 규모뿐 아니라 객수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외국인 매출은 1조 83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했다. 외국인 방문객의 경우 169만6201명으로 전달보다 29%가량 늘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 2017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매출이 늘어난 것도 고무적이지만 인원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며 "따이공들의 대량 구매가 이어지는 동시에 개별관광객도 차츰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인당 사용액도 957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해보다 20%, 전달과 비교해도 0.7%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선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代工)이 지속적으로 대량 구매를 이어가면서 국내 면세점들이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만 따져봐도 중국인 매출이 전체의 77%에 달했다.
◇ 따이공 대형화로 '안정화'…개인·다국적 고객도 증가
애초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따이공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국내 면세점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우려를 잠재우고 되레 사상 최대치를 계속 갈아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선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외국인 1인당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형 따이공'보다는 '대형 따이공'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공고한 데다 마진을 높이기 위해 따이공들이 몸집을 계속 키우고 있다.
대형 따이공의 경우 개인형보다 안정적으로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면세점 입장에선 더 긍정적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따이공 시장이 법인형으로 재편됨에 따라 한계로 보였던 외국인 1인당 매출이 950달러 수준에 안착하며 향후 전망도 밝다"라며 "현 추세대로면 하반기까지 고성장 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도 면세점 산업 성장률은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면세점 업체들이 따이공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일본 단체관광객 1600여 명을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으로 유치했다고 밝혔다. 일본 단체관광객 유치는 지난 2017년 6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보따리상 위주로 면세시장이 재편되고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다국적 고객들을 꾸준히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