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턱밑까지 온 쿠팡…배민에 감도는 위기감

  • 2025.02.11(화) 07:20

배민, 쿠팡 '따라가기'에 급급
쿠팡이츠와 점유율 격차 크게 줄어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그래픽=비즈워치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배달앱 2위 쿠팡이츠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의민족 내부에서는 "이제 정말 위험하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그동안에도 쿠팡이츠에 쫓겨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어려운 수준을 넘어 위험한 수준까지 왔다는 겁니다.

배달의민족의 위기감은 올해 초 취임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신임 대표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달 8일 취임 후 첫 전사발표에서 "2025년에는 배달의민족을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에서 중요한 단어는 아마도 '다시'일 겁니다. 지금 배달의민족이 성장 궤도에 있지 못하다는 걸 암시하죠. 

쫓기는 1위

이는 배달의민족의 '우는 소리'만은 아닙니다. 시장 데이터 역시 배달의민족이 쫓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앱 시장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02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월(553만명)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죠. MAU란 한 달간 한번이라도 앱을 이용한 이용자 수를 추정한 데이터입니다. 쿠팡이츠의 MAU가 1000만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반면 배달의민족의 지난 1월 MAU는 2261만명으로 지난해 1월(2245만명)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배달의민족의 MAU는 지난해 1월 쿠팡이츠보다 4배 이상 많았지만 올 1월에는 2.3배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을 빠르게 따라잡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MAU는 한 사람이 한 달간 여러번 배달을 시켜도 한 명으로 카운트하기 때문에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해당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죠.

시장에서 보는 시각도 비슷합니다. 일각에서는 배달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나오는 수도권에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달의민족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합니다. 올해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을 제치고 배달앱 시장 1위에 오를 가능성까지 거론되죠.

끌려다니는 1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당연히 '충성고객'의 확보 유무입니다. 쿠팡이츠는 2023년 말 기준 회원 수 1400만명에 달하는 '와우' 멤버십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를 현재 이용하는 고객, 그리고 잠재 고객이 1400만명이나 된다는 뜻이죠.

하지만 쿠팡이츠의 강점은 충성고객만이 아닙니다. 쿠팡이츠의 진짜 강점은 '단순한 UI'와 편의성에 있습니다. 쿠팡이츠의 앱은 사용하기가 매우 간편합니다. 가게를 검색하거나 메뉴를 주문, 결제하는 과정이 모두 간단하죠.

반면 배달의민족은 그렇지 않습니다. 앱 상에서 같은 가게가 두 번씩 노출되면서 상당히 지저분하고 이용하기도 불편합니다. 이는 배달의'배민배달(OD)', '가게배달(MP)'을 모두 운영해서인데요. MP는 배달의민족이 주문 중개만 하고 배달은 가게가 배달대행이나 자체 배달원을 쓰는 경우를 말합니다. OD는 배민이 주문 중개뿐 아니라 배달까지 해주는 서비스죠.

배달의민족 중복 노출 UI 개편. / 사진=우아한형제들

같은 가게가 OD와 MP를 모두 운영하면 두 개의 다른 가게인 것처럼 앱에 노출됩니다. 이중가격제나 배달비 확인 때문에 같은 가게를 비교해야 하는 경우 이용자들은 몇번의 클릭을 더 해야만 합니다. 이는 사소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이런 문제가 반복될수록 이용자들은 알게 모르게 불편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됩니다. 불편한 느낌이 쌓이면 더 편리한 앱으로 갈아타는 이용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죠.

배달의민족 앱이 이렇게 불편해진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츠에게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원래 MP 서비스만 하던 회사입니다. 하지만 100% OD 서비스만 하는 쿠팡이츠가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그래서 배달의민족도 쿠팡이츠를 따라 OD를 시작했고 지금처럼 앱이 너저분해진 겁니다.

김범석 대표가 취임하면서 배달의민족의 문제점으로 지목한 것도 바로 이 UI였습니다. 김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UI 개편에 나섰는데요. 이번 개편을 통해 OD와 MP를 모두 이용하는 가게는 배달의민족 앱 상에서 하나로 통합돼 노출됩니다.

소비자들이 OD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배달의민족 내 MP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 전망입니다. 장기적으로는 MP가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큽니다. 결국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의 사업구조마저 바꿔놓은 셈입니다.

새로워질 배민

배달의민족이 쫓기는 1위가 된 건 그간 쿠팡이츠에 쫓겨 쿠팡이츠 전략 따라잡기에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쿠팡이츠의 OD 사업을 쫓아간 것뿐만이 아닙니다. 쿠팡이츠가 2023년 4월 음식배달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배달의민족도 상시 할인 프로모션을 펼쳤습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 할인 혜택을 폐지하는 대신 묶음배달의 무제한 무료배달을 도입했는데요. 배달의민족도 곧이어 고객에게 할인 혜택과 무료배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4월 쿠팡이츠의 와우 멤버십에 대항할 '배민클럽'이라는 유료 멤버십도 내놨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7월에는 쿠팡이츠보다 낮았던 중개수수료율을 쿠팡이츠 수준에 맞춰 인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탓에 수수료 인상의 유탄을 맞아 하반기 내내 비판을 받아야 했죠.

우아한형제들 연간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쿠팡이츠를 뒤쫓아가는 전략은 결국 쿠팡이츠에게 따라잡히는 결과를 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압도적인 1위에 올려놨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은 실종된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배달의민족도 이런 상황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겁니다. 배달의민족은 UI 개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는 테이블오더 신사업을 시작했고 '배달커머스'를 내세운 퀵커머스 사업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부터 유료 멤버십인 배민클럽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충성고객 잡기에도 나섰습니다.

김범석 대표는 올해 초 전사발표에서 "철저히 고객 가치 극대화, 고객 경험 향상의 관점에서 기본부터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 체제 하에서 철저히 '고객'을 위해 새로워질 배민의 모습이 어떨지 지켜봐야겠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