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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매출' 롯데면세점,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 2019.01.08(화) 10:07

작년 매출 '사상 최대'…중국 따이공이 실적 견인
송객수수료·중국 정부 규제 탓 수익성 확보 의문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창사이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거둔 실적이라 더욱 의미 있다는 평가다.

 

이번 실적은 중국 '따이공(대리상)' 덕분이다. 따이공들이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업계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의문이어서다.

◇ 명동 본점·월드타워점 매출 '급증'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25%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7년 매출 6조원을 달성한지 불과 1년 만에 7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은 창사이래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탓에 여전히 유커가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실적인 만큼 고무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이끈 곳은 명동 본점과 월드타워점이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명동 본점은 지난해 12월 14일 매출 4조원을 넘어서며 '단일 매장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명동 본점은 지난 2011년 유커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연평균 25%의 성장률 기록하며 지난 2016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월드타워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23일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2017년 5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지 1년 만이다. 인접한 잠실 롯데월드 타워의 관광자원을 활용하고, 차별화된 명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던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월드타워점에 입점한 국내 중소·중견브랜드 매출이 전년보다 300% 급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위주로 판매 방식을 전환한 것도 큰 효과를 거뒀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전년보다 50% 늘어난 2조원을 기록했다. 매출 구성비도 25%를 차지하면서 온라인 면세점 쇼핑이 전체 매출 증가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 따이공 덕에 숨통 트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7년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담당했던 유커들의 발길이 끊겨서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유커의 한국 방문을 금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 결과 2017년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은 25억원에 그쳤다. 직전연도인 2016년 영업이익이 3301억원에 달했던 걸 감안하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실적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1분기 2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 1301억원, 3분기 731억원 등 3분기까지 총 22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4분기까지 합하면 예년 사드보복 이전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단위 : 억원.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우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로 임대료를 많이 절감했다. 여기에 유커의 부재를 따이공들이 메우면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예년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유커의 방문은 끊겼지만 중국인들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했다. 이 틈새를 따이공들이 파고들었다.

업계에선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의 70%는 중국인들이, 그중 80%는 따이공들이 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뿐만 아니라 다른 면세점들도 마찬가지다. 비록 유커와 비교해 수는 적지만 그들의 구매력은 유커에 못지않았다. 결국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실적 회복 뒤에는 따이공들이 있었던 셈이다.

◇ '거품' 우려…리스크 여전

다만 업계에선 따이공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 구조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따이공들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부담하는 송객수수료 때문이다. 송객수수료는 여행객을 면세점에 데려다준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면세점들은 매출 유지를 위해 따이공들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그럴수록 송객수수료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평상시 송객수수료는 매출의 약 5~10% 선이다. 하지만 새로운 면세점이 오픈할 경우 25%에서 많게는 40% 선까지 올라간다. 업계에선 40%의 송객수수료는 수익성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더불어 따이공을 유치해야 하는 면세점 업계의 구조상 어느 한 곳이 송객수수료를 인상하면 다른 곳들도 결국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 면세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따이공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이뿐만이 아니다. 면세점별로 VIP 따이공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면세점 업체들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롯데면세점의 사상 최대 매출 기록 소식이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다. 외형은 따이공들에 힘입어 최대 매출을 기록했을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수익성 부분에선 외형 성장에 걸맞은 실적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따이공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내 면세점 업계는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더불어 최근 중국 정부가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따이공들도 허가를 얻도록 하고 세금도 물리기로 한 '전자상무법'을 시행하면서 따이공들의 활동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결국 유커들이 복귀하지 않는 한 수익성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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