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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1년만에 '예비사장'…BAT의 특별한 채용

  • 2019.09.25(수) 08:30

김유량 BAT코리아 신제품 생산기획부 과장 인터뷰
BAT코리아 리더 육성 프로그램 'GGP' 채용 인재
"非 유학파로 외국계 기업 입사…조직 기대감 커"

"자네는 사장 시키려고 뽑은 인재라네. 사장까지 올라가야 해."

입사 4년 차. 까마득히 높은 임원이 다가와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대부분의 월급쟁이라면 깜짝 놀라 부담감에 어쩔 줄 몰라 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에게 사장이라니. 당장 '대리', '과장' 승진조차 만만치 않다는데 말이다. 혹시 임원의 말에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에 빠져드는 게 되려 상식적인 반응일 터다.

그런데 이런 묵직한 '격려(?)'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주변 선후배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고 반응한다면 말이다. 혹자는 이쯤에서 '오너의 자녀가 아닐까'라고 의심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이 기업은 글로벌 업체인 데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이는 국내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말 그대로 평범한 회사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예비 사장님'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매년 10명 안팎의 인재를 뽑아 차세대 리더로 육성한다는 게 이 기업의 방침이다. 이건 흔히들 말하는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라는 식의 추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잔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실제 이들을 미래의 사장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지금 진지하다.

주인공은 바로 글로벌 담배 제조업체인 BAT(British American Tobacco)코리아다. 궁금해졌다. BAT코리아는 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까. 그리고 '예비 사장님'으로 크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래서 지난 2016년 입사해 1년 만에 '과장'이 됐다는 김유량 '예비 사장님'을 만나보기로 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1년간 네 개 부서 돌며 테스트…성장 기회"

지난 20일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있는 BAT코리아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김 과장은 지난 2016년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그해 바로 BAT코리아에 입사했다. 이후 1년 만에 과장이 됐으니 벌써 과장 3년 차다. 흔히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과장님의 모습보다는 조금 앳돼 보이긴 했지만 자신감 있는 표정에서 '프로'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김 과장은 BAT코리아의  GGP(Global Graduate Programme) 출신이다. GGP란 차세대 리더 육성 프로그램으로, 이 과정을 통해 1년간 사내에서 근무하며 리더십과 직무 훈련을 받으면 다음 해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패스트 트랙' 채용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BAT코리아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마케팅과 오퍼레이션(생산·품질관리·신제품 개발 등) 두 분야를 중심으로 이런 방식의 채용을 진행한다.

1년만 버티면(?) 과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이 얼핏 보기에는 마냥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1년이라는 기간이 만만치가 않다. 김 과장은 "1년간 네 개 부서를 순환하면서 적응도 하고 성과도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적응을 할 만하면 부서가 바뀌었고, 또 각 부서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한 뒤에는 성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인데, 이걸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평가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과장의 경우 1년간 국내외를 넘나들며 일을 배우고 평가를 받아야 했다. 먼저 BAT코리아의 사천공장에서 생산공정 관리 업무를 익힌 뒤 생산 스케줄 관리부서로 옮겨 일을 배웠고,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돕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사로 돌아와 신제품 생산·기획 부서에서 일하다가 과장 직급으로 승진됐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스트레스 관리도 능력…취미 활동으로 풀어"

김 과장에게 GGP 과정 1년은 그야말로 '성장의 시간'이었다. '테스트 기간'이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에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배움'의 과정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과장은 "네 개 부서를 돌며 1년 동안 배웠던 양이 방대했고, 성장도 급속도로 한 것 같다"면서 "인생에서 단기간에 가장 빠르게 많이 배웠던 경험"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1년간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공장에서는 현장에 계시는 분들 쫓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회식에도 다 참석했다"면서 "그때 배웠던 게 지금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김 과장이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었던 것은 1년만 지나면 과장에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업무 강도가 워낙 세다 보니 스트레스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김 과장은 "아무 생각 없이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면서 "자기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취미 활동 같은 걸 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저의 경우 배우는 걸 좋아해서 그림이나 자수 등의 수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라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성과 눈에 보여 만족…후배들에게 적극 추천"

힘든 과정을 거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더라도 보통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어느새 불만이 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국내 서점가에 '퇴사' 관련 서적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대와 다른 회사 생활에 지쳐 결국 퇴사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김 과장은 어떨까?

그에게 '다른 후배들에게도 현재 직업을 추전해주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과장은 "물론이다"라며 고민 없이 대답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일단 지원하라는 말부터 한다"면서 "제가 회사 생활에 만족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후배들이 부러워하기 때문에 다른 설명을 할 필요가 별로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에게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GGP의 경우 소수의 매니저를 훈련시켜 가능한 한 높은 자리까지 올리고, 이를 통해 회사에 도움이 되게끔 하는 게 목표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결국 기회가 많고 열려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담배 제조 회사라는 특성상 가시적인 성과물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과장의 경우 최근 BAT코리아가 내놓은 전자담배 신제품 '글로 센스'와 일반 궐련담배 '켄트'의 출시 기획 업무를 맡았다.

김 과장은 "신제품 개발 부서에 있다 보니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업무 만족도가 높다"면서 "최근 출시한 켄트의 경우 론칭까지 두 달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실무자들과 매일매일 만나서 미팅을 해야 할 정도로 바빴지만 보람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글로 센스의 경우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출시하는 제품이다 보니 준비할 게 많았지만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非유학파지만 영어 익숙…해외 파견 기회도"

김 과장은 향후 해외 파견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도 만족했다. 그는 "영국뿐 아니라 홍콩, 일본, 싱카포르 등 아시아 국가 등에 파견 나간 선배들이 많고 기회도 많이 열려 있다"면서 "기회가 있으면 해외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과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비(非) 유학파' 출신이다. 대학시절 1년간 영국에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게 유일한 해외 경험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업체의 '특별 채용' 전형을 통과할 정도의 영어실력을 언제 어떻게 쌓았을까. 김 과장에게 혹시 교환학생 과정에서 영어를 많이 배웠냐고 물었다.

그는 "교환학생은 이미 영어에 자신 있을 때 다녀온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일부러 영어로 나오는 디즈니 만화를 24시간 내내 틀어 놓으셨다"면서 "일종의 홈스쿨링처럼 집에서 영어를 계속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익숙해졌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의 비유학파 출신 예비 사장님 김유량 과장은 과연 언제쯤 진짜 사장 자리에 오를까. 아주 머지 않은 훗날 그 언젠가 BAT코리아 김유량 사장을 만나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경험담도 다시 한번 인터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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