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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지낸 'MSG' 이제는 당당하게

  • 2020.03.20(금) 08:14

소금보다 무해…"평생 먹어도 안전"
부정적 인식 바뀌는 중…"먹어도 괜찮네"
대상, 미원활용 요리법 '미원식당' 출간

2000년대 한 CF의 히트 이후 뭔가 아쉬울 때 '2% 부족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요리를 먹을 때도 그런 일이 자주 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기대했던 그 정도까진 아닌 경우, 그 허전한 2%는 대부분 MSG였다.

1800년대까지 맛은 네 가지로 이뤄졌다고 알았다. 단맛과 짠맛, 신맛, 쓴맛이다. 음식 재료는 이 네 가지 맛과 특유의 '향'을 조합한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네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 맛이 있었다. 1900년대 초 일본 도쿄제국대 화학과의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는 기존의 4가지 맛을 내는 재료를 어떻게 혼합하더라도 다시마육수의 맛을 재현하는 데 실패하자 제5의 맛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이케다 교수는 1908년 글루타민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MSG)를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케다 교수는 '아지노모토'(맛의 정수)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려 MSG 조미료를 내놓았다. 초기 MSG는 다시마를 산분해해 추출하는 방식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조미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세기 식품분야의 가장 혁명적인 사건이다.

MSG 분자는 재료를 화학적으로 합성하거나 변형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과 동식물 등에서 추출해 정제하고 농축해 만든다. 대표적인 화학조미료인 사카린이나 아스파탐처럼 화학적인 분해와 변형 과정이 없다.

식품업계는 MSG의 탄생을 격하게 반겼다. 특별한 비법이 없더라도 MSG를 조금만 넣으면 아주 괜찮은 맛을 내는 요리가 나오니 가정과 요식업계도 대환영이었다.

하지만 1968년 미국에서 MSG의 안전성에 의심을 품었다. 중국 음식을 많이 먹은 사람들이 작열감이나 불쾌감, 근육경련 등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나왔다. 중국 요리에 MSG가 많이 들어간 것이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인과관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해당 연구는 MSG를 주입한 쥐가 죽거나 실명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는데 대부분 엉터리였다. 당시 동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실험의 왜곡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연하겠지만 자연발생한 소금이나 설탕도 주사기로 맞으면 안 된다. 눈에 주입하면 당연히 실명이다. 

최근에야 제대로 된 연구들이 이뤄지면서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연구 결과 MSG의 치사량(LD50)은 체중 60kg의 성인 기준 780~1200g 수준이다. 소금은 같은 기준으로 180g만 먹어도 치사량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MSG의 일일 섭취허용량이나 섭취 제한을 폐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MSG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한번 생긴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선 식품회사들 간 경쟁 때문에 MSG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생겼다.

국내에 MSG 시장을 연 건 대상이다. 대상의 창업주인 임대홍 회장이 1956년 부산에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신선로표 미원'을 생산해 대히트를 쳤다. 

미원의 성공을 본 현 CJ제일제당(삼성그룹 분리 전)도 MSG 시장에 뛰어들어 1963년 12월 미풍산업주식회사를 차린 뒤 '미풍'을 내놓기도 했다. 제일제당은 미풍이 미원에 계속 밀리자 MSG에 다른 맛을 첨가한 '다시다'를 내놓으며 조미료 시장을 양분했다.

문제가 된 것은 럭키(현 LG생활건강)의 조미료 시장 진출 전략이다. 럭키는 1993년 12월 '맛그린'을 내놓으면서 당시 인기리에 팔리던 미원과 다시다를 ‘화학조미료’라며 인체에 유해한 MSG가 다량 함유돼 있다는 광고를 냈다. 맛그린은 MSG 대신 핵산을 주로 사용했다. 핵산은 미원에도 소량 함유된 물질이다.

해당 광고는 2주 만에 당시 보사부(보건복지부)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피해를 본 미원과 제일제당에 사과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MSG는 몸에 나쁜 화학조미료'라는 인식을 주기에는 2주면 충분했다. 럭키는 1996년 조미료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조미료 시장에서 MSG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식품업체들은 MSG가 들어간 제품을 만들면서도 MSG 첨가 사실을 감췄다. 만약 MSG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면 그 사실을 홍보 포인트로 잡고 광고했다. 

MSG를 쓰지 않은 식당에 '착한 식당'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던 모 종편의 방송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그 사이 MSG에 대한 오해는 공식적으로 풀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과 2012년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라는 공식 입장도 내놓았다. 하지만 유독 한국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MSG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야 분위기가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다. MSG를 당당하게 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일등 공신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백 대표는 최근 수년간 수많은 요리프로그램과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나와 MSG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대상은 미원을 활용한 요리책까지 냈다. 소개된 모든 요리는 미원을 활용했다. 일반적인 국이나 탕뿐만 아니라 샐러드와 팝콘, 빙수, 파르페 등도 미원을 활용해 만드는 레시피를 소개했다.

식품업계에서는 MSG가 안전한 만큼 정확한 사용법을 제대로 홍보해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일명 '한꼬집'만 넣으면 된다. 이 정도만 사용해도 맛은 제대로 난다.

최근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오상석 교수팀은 음식의 간을 맞출 때 MSG를 소량 사용하면 소금(나트륨)의 사용을 줄이면서 같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천일염을 0.60% 첨가한 콩나물국과 천일염 0.45%에 MSG 0.07%를 넣은 콩나물국의 맛과 기호도가 엇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나트륨 사용량이 줄면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 만성질환 가능성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MSG에 대한 인식이 나쁜 것은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MSG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관련 매출도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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