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화장품 업계도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채널의 부진을 메우기 위해섭니다. 직접 매장을 찾아 화장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현저히 줄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업체들의 이같은 온라인 채널 확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기존 오프라인 가맹점주들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1186곳, 이니스프리 750곳, 에뛰드 321곳 등 총 225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각각 880곳, 546곳, 170곳이 남아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가맹점도 2018년 270곳에서 지난해 129곳으로 절반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오프라인 매장들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본사가 온라인 채널 확대에 집중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오프라인 매장들의 폐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해 2분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세·백화점·로드숍 등 오프라인 매출이 대폭 하락했습니다. 반면 국내 온라인 채널 매출은 약 60% 증가했습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화장품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32% 늘었습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전사적 디지털화'를 선언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온라인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신규 브랜드 ‘글린트 바이 비디보브’를 선보였습니다. 이에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다수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구성해 반발에 나섰습니다. 화장품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맹점 표준계약서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죠.
이 중 특히 아모레퍼시픽 소속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이유는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 보다 화장품 사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입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54% 수준입니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은 온라인 사업을 가맹점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하반기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온라인몰을 폐쇄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올해는 지난 7월 가맹점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사업을 개편한 네이처컬렉션·더페이스샵 직영 온라인 쇼핑몰을 선보였습니다. 직영 온라인몰 매출을 가맹점 몫으로 돌릴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가맹점도 오프라인에서 나아가 온라인으로 각자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은 발표된 게 없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급가 차이가 커 가맹점주들이 적정 공급가 등에 대한 표준계약서 마련을 촉구하는 등 반발이 극심했는데요. 이에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 문제로 불출석하면서 기약이 없어졌죠.
앞서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가격 정책이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습니다. 이 또한 공정위가 지난 13일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가맹점주들은 좌절하고 있습니다.
이니스프리 한 가맹점주는 “인터넷 최저가가 가맹점 판매가격의 절반 수준인데 어떻게 경쟁이 될 수 있겠나”라며 “개점 3년 이내에 폐점시 위약금 조항이 있어 폐점도 못하고 지속적인 손해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소비문화 변화에 발맞춰 사업방향을 전환해야 매출 부진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을 키우는 데 일조한 파트너인 가맹점주들에게 등을 돌린다면 장기적으로 그 피해는 기업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가맹점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가격 정책과 오프라인‧온라인 플랫폼 공유 등 가맹점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하루 빨리 상생방안이 나와 가맹점과 기업이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