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폭발적 관심'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지난 한 주 유통업계는 예상대로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여부로 떠들썩했습니다. 웬만한 이슈는 묻혀버릴 만큼 폭발력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았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M&A(인수·합병) 이슈였기 때문입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 지도가 바뀔 수 있었던 만큼 관심은 더욱 컸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16년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던 기업입니다. 사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흑자를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쿠팡이 여전히 적자인 것이 대표적이죠.
이베이코리아는 오픈 마켓을 앞세워 그 어려운 것을 해내온 곳입니다. 물론 최근 몇 년간 흑자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는 큰 무기입니다. 작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는 네이버(17.4%)입니다. 이어 쿠팡(12.4%), 이베이코리아(11.2%) 순입니다. 롯데와 신세계를 제치고 3위입니다.
그런 만큼 누구든 이베이코리아를 품는다면 단숨에 네이버,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 3로 올라섭니다. 이것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불이 붙은 이유입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가 빠지면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롯데와 신세계의 대결구도가 되자 관심은 더 커졌습니다.
롯데와 신세계는 전통의 라이벌입니다. 롯데가 규모가 더 크기는 하지만 사업 영역이 겹치다 보니 늘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최근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여러 경로를 통해 롯데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자극하면서 대중의 관심은 더 커졌습니다. '용진이형'과 '동빈이형' 중 누가 이길까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공식 통보'는 없었던 신세계 인수'설'
사실 지난주 초부터 업계 등에서는 '신세계가 얼마를 써냈다', '롯데는 얼마를 제시했다' 등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나름대로 주판알을 튕겨봤겠죠. 저희 팀에서도 여러 방향으로 레이더를 돌려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임박할 즈음 신세계가 롯데보다 더 써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때부터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끝나자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었다", "신세계가 롯데를 제쳤다", "용진이형이 동빈이형을 이겼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신세계가 롯데보다 더 높은 금액을 써낸 만큼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M&A 시장에서는 누가 뭐라든 가격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저희 팀 내부에서도 여러 편의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식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M&A는 막판에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M&A건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공식 발표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던 그 순간에도 마치 공식 발표가 있었던 듯한 기사들은 계속 나왔습니다.
솔직히 속이 탔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다들 기정사실로 쓰는데 우리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조바심이 났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신세계 측에 확인부터 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팩트'인지가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신세계는 "아직 통보받은 바 없다. 여전히 본입찰 과정이 진행 중이다"고 밝혔습니다. 다들 신세계가 품었다고 하는데 정작 신세계는 '확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공시가 나오더군요. "매도자인 eBay Inc.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 확정된 바 없다". '미확정'공시였습니다.
'미확정' 공시는 무척 애매한 스탠스입니다. '맞지도, 틀리지도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쉽습니다. 만일 아니라면 '부인' 공시를 냅니다. 이는 곧 무언가 변수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혹시나 싶어 이베이코리아에도 물었습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는 "팔리는 입장에서 우리가 알 수가 있겠느냐. 다만 아직 통보받은 바는 없다"였습니다. 사는 쪽과 팔리는 쪽 모두 "통보받은 바가 없다"가 답이었습니다.
막판에 발생한 '변수'들
그 순간 '뭔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마 신세계가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것은 맞을 겁니다. 다만 세부 조건 조율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이베이 본사와 신세계 사이에 인수 옵션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아마도 여기에서 이견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최근 네이버의 이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신세계가 이번 인수전에서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네이버와 손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커머스 점유율 1위인 네이버가 신세계와 손을 잡으면서 신세계는 재무적인 측면과 시너지 측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을 잡은 것을 두고 '신의 한 수'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신의 한 수가 '변수'가 될지는 몰랐습니다. 네이버는 당초 전체 인수 금액의 20%가량을 부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계약 막판 네이버 내부에서 인수해도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복잡한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입니다.
여기에 네이버가 이번 인수전에 발을 걸치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네이버는 현재 이베이코리아와 같은 오픈 마켓 방식입니다. 따라서 공정위의 현미경 심사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는 공정위의 심사가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 부담들을 떠안으면서까지 인수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세계는 네이버와의 컨소시엄이 깨지더라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이미 실탄도 마련해둔 만큼 일정 부분 타격은 있겠지만 세부 조정을 통해 반드시 품겠다는 생각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 이런 변수들이 튀어나오면서 신세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이번 인수전에 신세계는 4조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롯데는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대 초반을 써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가격 차이가 큽니다. 당초 5조원을 원했던 이베이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신세계의 금액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신세계의 인수 의지가 강한 만큼 옵션 조정 협상이 잘 끝난다면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베이코리아는 아마도 신세계의 품에 안길 겁니다. 현재도 양측은 치열하게 협상 중입니다. 대략적인 큰 틀의 합의는 마쳤고 주요 옵션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명확한 것은 '신세계는 아직 이베이코리아를 사지도, 못 사지도 않았다'입니다. 조만간 공식 발표가 나오면 저희가 준비한 다양한 기사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