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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건 공멸뿐"…'송출수수료' 개편 반대 이유는

  • 2021.08.06(금) 15:44

매출연동 등 필연적으로 ‘최대 가격’ 유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정부가 홈쇼핑·T커머스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 개편안을 사상 최초로 제시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수수료 산정 기준에 TV방송과 상관없는 모바일 매출 증감률이 반영됐고, 경매 방식은 최고가 입찰로 이어져 사실상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홈쇼핑·T커머스와 유료방송업계에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 개편안을 제시했다. 이번 개편안은 제한적 협상 후 결렬시 경매가 진행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1차 협상 기준 가격은 △물가상승률 △홈쇼핑·모바일 매출액 변동률 △유료방송사 가입자 점유율 등이 반영돼 결정된다. 이후 양측의 협의를 통해 90%~110%의 조정계수를 정한다. 1차 협상이 결렬된다면 홈쇼핑·T커머스 업체가 희망 입찰가를 유료방송사에 제출한다. 이후 최고 가격을 제출한 업체가 채널을 가져가게 된다.

홈쇼핑업계 '반발 일색'…이유는

홈쇼핑업계는 이번 개편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출수수료 산정 대상에 모바일 매출 증감률을 포함한 것에 대한 비판이 다수다. 송출수수료는 방송채널 편성 대가로 지급되는 일종의 '자릿세'다. 방송망을 사용하지 않는 모바일 매출까지 송출수수료 산정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홈쇼핑의 모바일 사업 목표는 '탈(脫) TV'다.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송출수수료라는 불확실성에서 탈출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매출을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업계의 신성장동력을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TV홈쇼핑 업체는 TV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모바일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T커머스업계에게도 이번 개편안은 달갑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T커머스 시장 규모는 5조4000억원대였다. 2016년 대비 5배 커졌다. 반면 같은 기간 홈쇼핑 시장 규모는 10%정도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번 개편안에는 매출 성장률이 가격 설정 기준값으로 포함됐다. T커머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T커머스는 이미 '황금 채널'을 점유하고 있는 TV홈쇼핑과도 경쟁하고 있다. 당연히 송출수수료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이번 송출수수료 개편안은 유료방송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1차 협상 때부터 최고 조정계수를 제시해야만 한다. 또 2차 협상으로 넘어갈 경우 1차 협상의 최고 가격이 경매 시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채널이 아쉬운 TV홈쇼핑·T커머스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반면 유료방송은 이 과정에서 전혀 잃을 것이 없다.

송출수수료, 왜 오르기만 할까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T커머스업계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 왔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홈쇼핑업계의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36.6%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해 53.1%까지 올랐다. 판매수수료 10만원당 5만3100원이 유료방송에 지급된 셈이다. 지난해 지불된 송출수수료의 총액은 2조234억원에 달했다.

유료방송업계는 송출수수료가 경쟁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업자가 늘며 파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T커머스 시장까지 빠르게 성장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K쇼핑은 최근 공격적 투자로 올레TV의 황금채널 12번을 확보하기도 했다. 홈쇼핑·T커머스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TV기반 커머스의 경쟁력은 이커머스 등에 밀려 예전만 못하다. 따라서 송출수수료에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송출수수료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일각에서는 유료방송사업자가 계열 T커머스를 활용해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T커머스 시장 1, 2위 SK스토아·K쇼핑은 각각 SKBtv(SK텔레콤), 올레TV(KT)의 계열사다.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정부는 디지털뉴딜 정책 등을 추진하기 위해 통신사의 '투자 여력'을 확보해줘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유료방송의 주요 수입원인 송출수수료 인상을 사실상 관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 시장 확장이 경쟁 심화를 불러왔다는 주장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경쟁을 과열시킨 것은 유료방송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T커머스 업체들이었다"며 "이들은 송출수수료가 오른다 하더라도 전체 그룹 관점에서 손해볼 것이 전혀 없다. 정부의 묵인 속 송출수수료를 올리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남은 건 ‘공멸’뿐…양보 절실

송출수수료 폭등은 결국 산업 이해관계자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홈쇼핑·T커머스의 매출 대부분은 판매수수료다. 송출수수료가 높아질수록 판매수수료 인상, 매입 단가 인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 부담 경감을 이유로 홈쇼핑·T커머스에 판매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홈쇼핑은 재허가 조건에 판매수수료가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의 유일한 대응책은 자체브랜드(PB)개발이다.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다수 홈쇼핑·T커머스는 패션·건강식품 등에서 PB상품을 이미 선보이고 있다. 이 경우 홈쇼핑에 납품하던 업체들은 PB상품과의 경쟁을 위해 원가절감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상품의 질은 떨어지고,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그 피해는 홈쇼핑·T커머스·유료방송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입게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사가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유료방송 생태계 내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제시된 '송출수수료 상한제'가 대표적이다. 송출수수료 상한제는 송출수수료 총액 설정 후 경매로 채널을 배정하는 제도다. 또 유료방송 재승인시 송출수수료 매출 비중을 줄이는 조건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 방안 모두 현재 25%를 넘는 유료방송의 송출수수료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콘텐츠 등의 매출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자 정부도 한 발 물러섰다. 과기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공청회에서 송출수수료 문제를 추후 별도 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남영준 과기부 OTT활성화지원팀장은 "이번 개편안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뿐 확정 사안이 아니었다"며 "이해관계자·업체별 의견이 제각각이라 공통 안을 만들기 쉽지 않다. 시한을 정해 두고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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