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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번 '삼다수 올림픽'…이번 승자는

  • 2021.08.31(화) 07:00

판권 일찍 시장에…광동·LG생건 '고민'
점유율 확대 효과 확실…'제3자' 뛰어들까

제주삼다수 판권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에 나왔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통·식음료 업계에 4년마다 열리는 치열한 쟁탈전이 있다. 바로 '제주삼다수' 판권 경쟁이다. 국내 생수시장 1위 제주삼다수의 판권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에 나왔다. 당초 업계는 오는 2022년까지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이 제주삼다수를 유통할 것으로 봤다. 계약 기간은 올해까지였지만, 상호 합의에 따라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삼다수 제조사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양사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업계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제주삼다수 판권을 확보하면 단숨에 생수 시장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연간 3000억원 가량의 매출도 확보된다. 다만 자사 브랜드의 경쟁력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이래저래 고민이다. 제주삼다수 판권 입찰 경쟁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제주삼다수, 왜 1년 먼저 시장에 나왔나

제주개발공사는 지난달 삼다수와 제주감귤, 휘오제주 등 상품의 제주도 외 지역 위탁 판매 협력사를 모집한다는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기간은 31일까지다. 제주개발공사는 입찰 완료 후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다음달 중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 생산만 담당해왔다. 제주도 외 지역의 유통은 협력사에 맡겼다. 판권 계약은 통상 4년 단위로 체결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체결된 계약에서는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이 판권을 가져갔다. 광동시장이 소매 시장을 맡고, LG생활건강이 숙박업소·병원 등의 비소매 시장에 제주삼다수를 유통하고 있다. 이 계약은 오는 12월 14일 종료 예정이다.

제주삼다수 판권 확보 시 약 3000억원의 매출을 가져갈 수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서는 제주삼다수 판권이 내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계약이 사실상 5년(4+1년)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양사가 간단한 합의만 거치면 기존 유통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개발공사는 계약 해지를 선택했다. 또 소매·비소매 부문을 다시 하나로 합쳐 단일 업체와 판권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이는 사실상 제주개발공사가 현재의 유통 구조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제주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다소 정체돼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40.7%였다. 이는 2017년 대비 2%포인트 가량 낮아진 수치다. 2019년에는 시장 점유율 39.9%를 기록하며 4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삼다수의 점유율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답보 상태에 있다"며 "제주개발공사 입장에서는 다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신규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찰 1년 앞당긴 '자신감'의 근원은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의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재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주춤하고 있다 해도 제주삼다수의 브랜드 경쟁력은 경쟁자를 압도한다.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시장 2위는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다. 아이시스의 시장 점유율은 13.9%에 불과하다. 3위 농심 '백산수'의 점유율도 8.2% 수준이다. 이들을 합치더라도 제주삼다수의 시장 점유율 절반을 간신히 넘는다.

생수 시장의 성장세도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300억원 규모였던 먹는샘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연평균 1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제주삼다수의 매출도 증가세다. 제주삼다수의 매출은 2016년 2415억원에서 지난해 2835억원으로 4년만에 17.4% 성장했다. 올해는 3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제주개발공사가 이를 바탕으로 보다 유리한 조건의 재계약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삼다수의 시장 내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기존 유통업체인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은 고민에 휩싸였다. 일단 광동제약은 판권 계약 연장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 30% 가량을 제주삼다수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제주삼다수 판권을 잃는다면 '1조 클럽'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광동제약은 일찍부터 제주삼다수 계약 판권 연장 준비를 마쳤다. 올해 초 영업·마케팅 부서를 생수영업부문으로 통합했다.

LG생활건강은 이미 코카콜라·평창수 등 음료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제주삼다수 판권 확보시 단기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평창수가 생수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제주삼다수를 노릴 이유도 충분하다. 다만 LG생활건강은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내년 시판이 유력한 '울릉생수' 등 신사업과 제주삼다수 유통 사이에서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제3의 파트너' 나타날까

일각에서는 제3의 파트너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미 생수 시장 성장세에 주목한 신규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편의점 등 유통 채널 중심의 자체브랜드(PB)의 출현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장 내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제주삼다수 판권을 확보한다면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다만 신규 사업자들이 굳이 제주삼다수 판권 입찰에 뛰어들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제주삼다수 판권은 어디까지나 '위탁 판매'다. 자사 브랜드와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주삼다수의 브랜드 경쟁력이 높은 만큼 판매 과정에서도 제주개발공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사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내기 전에 '제주삼다수 유통사' 역할에만 매몰될 수 있다. 이 경우 생수 사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내 생수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실제로 농심은 '백산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제주삼다수 판권 입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신중하게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도 아이시스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만큼 제주삼다수에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기존에 제주삼다수를 유통하던 광동제약·LG생활건강이나 생수 사업을 하지 않는 업체 사이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삼다수 판권은 자체 브랜드 없이 생수 사업을 하고 싶은 업체들에게 적합한 카드다. 이미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강해 생수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가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며 "광동제약이나 LG생활건강이 계약 조건을 바꿔 재계약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제3자가 판권을 가져간다 해도 기존에 생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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